제빵기술 살려 봉사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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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천구에서 활동하는 ‘사랑의 빵 봉사단’의 빵은 맛있기로 유명하다. 좋은 재료에 정성을 보태 구워낸 빵 맛이 여느 유명 제과점 못지않다. 한 번 맛본 사람은 두 번 찾게 된다는, 푸짐하고 먹음직스런 ‘사랑의 빵’을 10여 년간 구워온 자원봉사자들을 만났다.


지난달 22일 오전 9시. 양천자원봉사센터(양천구 신정3동·이하 자원봉사센터) 내 주방이 분주해진다. ‘사랑의 빵 봉사단’은 1주일에 한 번 이곳에서 빵을 만들어 지역 독거노인들에게 보낸다. 취재 당일은 때마침 생일 케이크를 만드는 중이었다.

“이번 달(2월) 생신을 맞은 어르신들에게 케이크를 만들어 배달하는 날이에요. 요즘은 날이 따뜻해 생크림 케이크 대신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바나나 파운드와 쑥으로 만든 롤 케이크, 그리고 커피 롤 케이크를 만들기로 했죠.” 자원봉사센터 빵 봉사단 담당자인 이선경(25)씨의 말이다.

빵은 7~8명씩 짝을 이룬 자원봉사단 3개 팀이 1주일에 한 번씩 돌아가며 만든다. 그 중 한 달에 한 번 생일케이크를 만든다. 수혜자는 각 동주민센터에서 명단을 받아 정한다.

케이크를 만드는 날은 여느 때보다 바쁘다. “자원봉사하는 빵이라고 허술하게 만들지 않아요.” 자원봉사단 문재희(49·양천구 신월동) 팀장은 “유명 제과점에서 사먹는 것보다 맛있다고 소문이 났다”며 웃었다.

자원봉사자들은 모두 서부여성발전센터(양천구 신월1동)등에서 제과제빵 자격증을 취득한 후 지역 내 봉사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그 중 문 팀장은 이곳 자원봉사센터 외에도 서부여성발전센터, 양천구 적십자, 그리고 지역 내 초·중등학교 ‘방과 후 학교’ 등에서도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김성희(51·양천구 신월동)씨는 “취미로 딴 자격증을 요긴하게 쓸 수 없어 더 보람있다”며 “어르신들이 드시는 빵이어서 너무 달지 않으면서 부드럽게 만든다”고 귀띔했다.

80여 가구에 배달할 케이크를 만드느라 자원봉사자들은 쉴틈 없다. 재료배합부터 반죽, 오븐에 구워낸 후 포장까지. 남자들도 힘들어하는 일이지만 문 팀장의 지휘 아래 자원봉사자들의 호흡이 척척 맞는다. “10년이 넘게 함께 활동하다보니 서로 눈빛만 봐도 무슨일을 해야 할지 알아요.” 자원봉사자 정경원(53·양천구 목동)씨가 거들었다.

문 팀장 역시 호흡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재료의 비율, 오븐의 온도와 구워내는 시간 등이 약간만 차이가 나도 빵이 잘 부풀지 않아요. 사소한 요인에 의해서도 맛이 달라지는 게 빵이라 손발이 잘 맞아야죠.”

오븐에서 꺼낸 커피 빵을 식기 전에 딸기잼을 발라 둥글게 말아주면 푸짐하고 먹음직스런 롤 케이크가 완성된다. 포장까지 마친 케이크는 대개 지역 내 학생들이 배달에 나선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배달 봉사를 해온 정다래(신목고 3)양은 어르신들에게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주고 건강에 이상이 없는지 여부도 살피는 등 자원봉사자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힘들다기보다 돌아오는 길에 늘 뿌듯해진다”는 정양은 “고3이어도 시간날 때마다 틈틈이 봉사활동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자원봉사센터의 이선경씨는 “아이들 대부분 봉사활동 후 좀 더 어른스러워진다”며 “고인이 된 줄 모르고 케이크 배달을 갔다가 빈소에 케이크를 두고 울면서 돌아온 학생 자원봉사자도 있었다”고 전했다.

“‘생일을 챙겨줘 고맙다’ ‘빵이 너무 맛있다’는 인사와 칭찬에 힘이 난다”는 이곳 자원봉사자들은 “몸은 힘들지만 막상 나오면 빵 만드는 일이 신난다”며 환하게 웃었다.

[사진설명]양천자원봉사센터의 ‘사랑의 빵 봉사단’ 자원봉사자들이 오븐에서 막 구워낸 커피 롤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박금순(53)·김성희(51)·문재희(49)·정경원(53)씨.

< 이세라 기자 slwitch@joongang.co.kr / 사진=김경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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