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완전 개방 10년 유예' 접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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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쌀 수입이 매년 2만여t씩 늘어나 10년 뒤에는 연간 40만t 안팎의 쌀이 수입될 전망이다. 수입된 쌀은 일반 가정 소비용으로 포장돼 할인점이나 수퍼마켓에서 판매된다. 지금은 매년 20만t가량의 쌀이 수입돼 가공용으로만 판매된다.

지난 5월 시작된 쌀 협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정부는 막판 조율을 위해 미국.중국 등 주요 협상국들과 고위급 회담을 할 계획이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25~26일 미국을 방문해 로버트 졸릭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을 만나고 허상만 농림부 장관은 다음달 초 중국을 방문한다.

쌀 협상 시한은 연말까지며 지금까지 주요 협상국들과 5~6회 협상을 했다. 정부는 다음달 중순께 잠정적인 협상 결과를 공개할 계획이다.

◆협상 경과=현재 우리나라는 수입 쌀 물량을 제한(관세화 유예)하는 대가로 1986~88년 소비량의 4%(20만t)에 해당하는 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하고 있다.

협상 초반 중국 등은 최소의무수입물량(MMA)을 소비량의 16%까지 늘리라고 요구했으나 최종적으로 8% 안팎에서 정해질 것으로 알려졌다. 허 농림부 장관은 22일 농림부 국정감사에서 "수출국들은 9% 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를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관세화 유예기간은 10년으로 가닥이 잡혔다. 특히 미국과는 기간 문제에 대한 이견이 해소된 상태다.

한국이 내줘야 할 부분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관세화를 미루려면 수입 쌀 시판을 허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이견을 좁히지 못한 부분도 있다. 수입국들이 저마다 자국 쌀을 더 많이 사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수출국 입장에선 MMA 총량보다는 자국 쌀을 얼마나 더 수출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향후 영향=소비자들은 앞으로 동네 소매점에서도 외국 쌀을 살 수 있다. 쌀 농가들은 시장에서 수입 쌀과 경쟁해야 하는 것이다. 수입 쌀 가격은 국내 쌀 가격의 20~30% 수준이기 때문에 시판 과정에서 아무리 비싸게 받는다 해도 국내 쌀보다 쌀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올해 추곡 수매가를 지난해보다 4% 낮추자고 제안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앞으로 2년간 수입량은 연간 공급량(500만t)의 5% 미만이고, 수입량 증가 속도도 현재와 비슷하기 때문에 내년부터 당장 쌀값이 폭락한다는 식의 막연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지적한다. 구조조정을 통해 농가당 영농 규모를 늘려서 생산비를 낮추고, 고품질 쌀을 생산하면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농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보조금을 주는 방식으로 수년간 쌀 농가들의 소득을 지난해 수준(80㎏에 17만원)으로 보장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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