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이슈] 수도와 헌법, 외국에선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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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의 위치를 성문법 형태의 헌법에 규정하고 있는 나라는 전 세계에 85개국이 있다. 다른 30개 나라는 비록 성문헌법에 수도 위치를 규정하지는 않았지만 국민이 현재의 수도에 불문법적인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

또 북한은 1948년 만든 첫 헌법의 103조에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수부(首府:수도라는 뜻)는 서울시'라는 조항을 두고 72년까지 유지하다 남북공동성명이 나온 뒤 삭제하고 92년 헌법을 개정하면서 평양을 수도로 명기했다."

이 같은 내용은 우리나라의 신행정수도 이전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한 것을 계기로 한국입법학회가 세계 각국의 수도와 헌법의 관계를 살펴본 결과다.

조사를 주도한 이 학회의 전기성 부회장은 "이처럼 수도의 위치를 성문헌법으로 규정한 나라가 많다는 것은 수도의 위치 변경이 쉽지않아, 너무도 중요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조사는 세계 187개국을 대상으로 지난 1~4월 국회도서관 자료 등을 이용해 이뤄졌다. 다음은 주요국들의 사례다.

▶캐나다=1867년 연방정부의 수도를 오타와로 정하면서 퀘벡과 토론토 등 대도시들이 반대해 논란이 일자 이를 헌법에 명기했다.

▶터키=제1차 세계대전 패전으로 오스만 투르크 제국이 몰락하고 들어선 터키공화국의 초대 대통령인 케말 아타튀르크(케말 파샤)는 1924년 구세력의 근거지였던 이스탄불에서 앙카라로 수도를 옮기면서 이를 헌법에 명시했다.

▶브라질= 1891년 헌법에 '연방정부의 새 수도를 브라질 중앙부인 고이아스 지역에 건설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수도를 옮기지 못하다 1954년 쿠비체크 대통령이 수도 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하면서 마침내 57년 고이아스 지역의 브라질리아로 수도를 옮겼다.

▶프랑스=성문헌법에 국가의 상징인 국가(國歌).국기.공용어는 규정하고 있지만 수도의 위치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전기성 부회장은 "프랑스에선 파리가 수도라는 사실에 대해 국민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정도여서 결국 파리가 수도라는 사실은 불문법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독일=동.서독은 90년 통일조약에 '통일 독일의 수도는 베를린으로 한다. 행정부와 의회 소재지는 통일 후 결정한다'고 베를린 환도를 명시했다. 이후 독일의 통일연방의회는 91년 연방의회와 일부 행정기관의 베를린 이전안 등 환도안을 결의했고 99년 이전을 완료했다. 당시 동독 측이 사회주의 법체계를 포기하고 서독의 법체계를 수용하는 조건으로 통일독일의 수도를 베를린으로 해줄 것을 요청해 받아들여진 것이다.

▶기타=중국 베이징(北京), 러시아 모스크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헝가리 부다페스트 등이 각각 헌법에 규정된 수도다.

신혜경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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