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영국, 이라크 기지 5곳 공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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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미국과 영국이 16일 오후 8시30분(한국시간 17일 오전 2시30분) 바그다드 외곽에 위치한 이라크의 레이더 기지 및 군 지휘소를 공습했다.

2시간30분간 계속된 이날 공습은 북위 33도 비행금지구역 북쪽 경계선 인근에서 이뤄졌으며 1998년 12월 '사막의 여우' 작전 이후 최대규모였다.

이날 공습으로 바그다드 일대는 섬광을 동반한 폭발음에 집과 건물들이 크게 흔들렸다. 이라크는 방공포를 쏘며 대응했으나 미국.영국측의 피해는 없었다.

이라크는 17일 사담 후세인 대통령 주재로 혁명평의회를 긴급 소집해 바그다드 공습을 "시온주의자들의 음모" 로 규정하고 미국을 굴복시킬 때까지 투쟁할 것임을 선언했다.

그레고리 뉴볼드 미국 해병중장은 "공격은 매우 효과적이었고 공격목표는 민가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어서 민간인 살상은 없었다" 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라크측은 최소한 두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부상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습은 미국의 F-15E와 F/A-18, 영국의 토네이도 등이 걸프해역에 떠 있던 항공모함 해리 트루먼호와 사우디아라비아 및 쿠웨이트의 육상기지에서 발진하면서 시작됐다. 작전에 참가한 20여대의 전폭기 가운데 6대는 영국군 소속이었으며 나머지는 미군기였다.

양국 전폭기들은 바그다드에서 9~32㎞ 떨어진 5개 레이더 기지의 레이더 20여기를 집중 공격했다. 미국 국방부는 "이라크가 방공지휘통제소들을 지하 광섬유망으로 서로 연결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어서 공습했다" 고 설명했다.

이번 공습에서 미군 전폭기들은 비행금지구역을 넘지 않고 시설물을 정확히 파괴했다.

이는 AGM-154와 AGM-130 등 신형 유도탄이 지구위치측정위성(GPS)의 유도로 목표물의 위치를 찾아내 가능했다.

조강수 기자,외신종합

◇ 비행금지구역=1991~96년 사이 미국과 영국이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에게 반기를 든 쿠르드족과 시아파 보호를 명분으로 이라크 영공인 북위 36도 북쪽과 북위 33도 이남을 이라크기의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했다.

하지만 이라크가 반발하자 미국과 영국은 나흘에 한번꼴로 전투기를 출격시켜 이라크의 레이더기지와 방공망을 초계비행하고 자국 전투기 조종사들의 안전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는 시설에는 폭격을 계속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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