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택 전 교육감 - 견제 맡은 교육위 ‘한통속 비리’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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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서울시교육청의 각종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공정택(76) 전 서울시교육감뿐만 아니라 서울시교육위원회(이하 시교육위) 소속 일부 교육위원으로까지 확대됐다.


‘하이힐 폭행’으로 불거진 장학사 시험 비리가 교육계의 실세들을 정조준한 대형 비리 사건으로 바뀐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의 뇌물 상납 비리를 감시해야 할 시교육위 일부 위원들까지 개입한 의혹이 일고 있어 교육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시교육위원 중 일부가 공 전 교육감과 함께 인사 비리와 뇌물 의혹에 연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시교육위는 교육과 관련한 주요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기관이다. 시교육청에 대한 감사·조사권 등도 갖는다. 서울시교육위 위원은 모두 15명이다.

검찰은 서울 강남의 A고교 전 교장 김모(60·구속)씨가 시교육위 고위직 인사와 친인척 관계인 점에 주목하고 있다. 김씨는 지난해 9월 부하 직원을 통해 2000만원을 받은 혐의(뇌물)로 구속됐다. 김씨의 친인척은 2008년 8월 서울시교육위의 고위직이 됐다. 공 전 교육감이 선거에 당선된 직후다. 이후 김씨는 초고속 승진을 했다. 지역교육청 교육장이던 김씨는 2009년 1월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국장이 됐고, 6개월 만에 핵심 보직인 교육정책국장 자리에 앉았다. 국무총리실 암행감찰반은 김씨의 서랍에서 의심스러운 ‘부동산 거래 관련 각서’를 찾아냈다. 그는 14억여원의 재산을 신고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지난 2월 열린 시교육청 징계위원회에서는 ‘징계유보’ 결정이 내려졌다. 앞서 김씨는 ‘교장의 꽃’이라는 서울 강남 지역의 교장으로 부임했다. 김씨의 부인도 지난해 1월 서울 강남의 고교장으로 부임했다. 중학교 교장을 지낸 지 1년 만에 사실상 초고속 승진을 한 것이다. 당시 교육계에서는 ‘인사 배경이 수상하다’며 뒷말이 나왔다고 한다.

실제로 교육계에서 교육위원은 인사청탁의 주요 통로로 알려져 있다. 교육위원 대부분이 수십 년씩 교직에 몸담았던 고위직 출신이기 때문이다. 공 전 교육감 역시교육위원을 하다 2004년 교육감으로 당선, 재선에까지 성공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위원에게 교육청 인사 추천권을 주는 건 오래된 관례”라며 “교육청 고위 간부와 교육위원들의 검은 공생 관계는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위 고위직 인사는 “나는 검찰 수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비리 관련자 모두 직위해제=서울시교육청은 3월 정기인사에서 구속된 장학관 김씨와 장씨, 장학사 임씨를 직위해제 조치했다고 1일 밝혔다. 술에 취해 몸싸움을 벌이다 임씨를 하이힐로 때렸던 장학사 고모(50·여)씨 역시 직위해제됐다. “장학사 시험에 합격하게 해달라”며 임씨에게 2000만원을 건넨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임씨에게 돈 2600만원을 건넨 교사 노모씨 등 3명은 지난해 장학사 시험에 합격했지만 이번 인사에서 장학사로 발령받지 못했다.

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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