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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예지 중·고등학교 늦깍이 졸업생 배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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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4일 오전 대전시 서구 만년동 평송청소년수련원 소강당. 비행청소년으로 낙인 찍혔던 젊은이, 집안 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포기해야 했던 주부.직장인 등이 한 자리에 모여 졸업식을 가졌다.

제때 못 배운 사람들의 특수 교육 시설인 대전 예지중.고(교장 박경환) 첫 졸업생인 이들은 졸업장을 손에 들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다.

이날 졸업식은 졸업생을 모두 수용할 만한 학교시설을 갖추지 못한 학교측이 대전YMCA가 운영하는 수련원을 빌려 개최했다.

대전시 서구 괴정동에 위치한 이 학교 시설은 교실 12개(3백평)이 전부다.

98년 3월 개교한 예지 중.고는 중학교 과정 1백15명과 고교 과정의 99명 등 모두 2백14명을 배출했다.

최고령자인 유정례(69)씨를 비롯, 저마다 짧지 않은 사연들은 가진 이 학교의 늦깎이 졸업생들은 "살아오면서 이런 감격을 느껴본 순간도 드물었다" 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 가운데 중학생은 대전시내 일반계와 실업계고.예술고.방송통신고 12명, 예지고?80명이 각각 진학했다. 고교생은 4년제 대학 12명, 2년제 대학 26명이 진학했고 52명은 취업했다.

졸업생중 가장 나이가 많은 유정례(69.대전시 중구 용문동)할머니는 중학교 졸업장을 손에 들고 환하게 웃었다.

1945년 가정 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3학년)를 중퇴한 지 56년만이었다. 3년 개근상을 탄 유씨는 "예지 고교에 진학해 대학입시에 도전하겠다" 고 포부를 밝혔다.

우송기능대 진학이 확정된 김태오(35)씨는 중학교를 졸업한뒤 10여년간 막노동 등으로 생계를 잇다가 배움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껴 이 학교에 입학했다.

선반.용접 등 11개 분야 자격증을 갖고 있는 그는 3년내내 주경야독(晝耕夜讀)으로 대학진학의 꿈을 이뤘다.

이와 함께 중학교 때 가출을 하는 등 소위 '불량' 청소년이었던 김용환(20)씨는 부모님의 설득으로 예지 고교에 입학, 우송정보대 식품영양학과에 진학한다.

김동수(23)씨는 재학중에도 말썽을 일으켜 보호관찰소를 드나들기도 했다. 그는 동국대 전산학과에 진학, 웹디자이너가 되는 게 꿈이다.

朴교장은 "학생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고 말했다.

제도권 교육에 잘 적응하지 못한 학생과 갖가지 이유로 배움의 기회를 갖지 못한 성인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기위해 설립된 이 학교는 현재 이들 졸업생을 포함, 4백74명이 재학중이다.

대전=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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