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완치는 힘들지만 악화 늦출 수 있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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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치매환자를 둔 가족들에게 날씨가 풀리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니다.추위가 수그러들면서 치매노인들의 무단외출이 잦아지기 때문이다.

전국의 치매환자는 30만여명. 해마다 수백여명이 길을 잃어 배회함으로써 가족들을 당혹하게 한다.

치매와 관련된 가장 큰 오해는 '치매=불치병' 으로 속단하는 것. 그러나 비록 완치라는 최선은 없지만 악화를 막는 차선은 있다. 치매극복 요령을 살펴본다.

◇ 치매 악화를 늦추는 약물이 있다〓최근 국내 의료계에 도입된 액셀론과 아리셉트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뇌 속에서 기억력을 관장하는 아세틸콜린이란 신경전달물질의 농도를 올려줌으로써 치매악화를 늦춘다.

경기도립노인전문병원 정신과 이동영 과장은 "이들 약물을 복용하면 치매의 진행속도를 평균 1~2년 늦추며 네명 중 한명꼴로 기억력이 좋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고 말했다.

드물게 나타나는 구토를 제외하곤 부작용이 적다. 그러나 이들 약물은 치매 초기에 사용할수록 효과적이다.

자식의 얼굴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증상이 심한 말기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과거 건강보조식품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진 은행잎 추출물이나 비타민E도 실제로 치매를 예방하고 진행을 억제한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의사처방을 받는 것은 상식. 이과장은 "비타민E의 경우 치매에는 보통 영양제로 복용할 때보다 서너배 이상 고농도로 복용하며 이땐 출혈의 위험성이 높아지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고 경고했다.

◇ 무료행사를 활용하자=치매도 아는 것이 힘. 치매환자나 보호자를 위한 무료행사를 참고하면 좋다.

대표적 사례는 가톨릭의료원 산하 8개 병원과 ㈜중앙일보헬스케어(healthcare.joins.com)가 치매환자의 조기 발견을 위해 공동주최하는 '치매 선별의 날' 행사. (16일부터 28일까지)

가톨릭의료원 의료진이 치매가 의심되는 환자들을 무료로 진찰해주고 치매에 대해 강연한다.

1999년 첫 행사에서 7백5명의 방문자 중 1백14명의 치매환자를 진단해낸 바 있다.

성모병원 신경정신과 박원명 교수는 "먼 과거가 아닌 바로 며칠 전 일을 자주 잊어버리거나 번번이 전화번호를 외우지 못한다면 치매를 의심해봐야 한다" 며 이 경우 바로 병원을 찾아줄 것을 당부했다.

한국치매가족회에서 올해부터 전국을 돌며 실시하는 무료 순회교육도 알아둘 만하다.

첫회는 15일 오후2시 서울 송파노인종합복지관에서 열린다(문의 431-9963). 전문가들이 치매의 최신 치료법과 환자 간호법에 대해 무료강연을 할 예정.

◇ 전문병원도 있다=지방자치단체에서 설립한 요양기관은 극빈자 등 일부 계층에 한해 문호가 개방된 것이 단점.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치매전문병원을 참고해볼 만하다.

강북신경정신과.가락신경정신과.용인효자병원.인천은혜병원 등 4개 병원이 치료와 요양을 겸한 24시간 개방형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월 1백30만~1백80만원의 비용으로 치료는 물론 환자 간병까지 해결할 수 있다.

강북신경정신과 황광민 원장은 "중기 이상의 심한 치매일 경우 입원을 통해 치료와 요양을 함께 해결할 수 있다" 며 "보호자가 언제든 환자를 방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고 설명했다.

◇ 혈관성 치매를 막자=국내 치매환자 네명 중 한명은 혈관성 치매다.

뇌졸중이나 동맥경화 등 뇌혈관이 손상돼 발생하는 혈관성 치매는 신경 자체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노인성 치매(알츠하이머병)보다 숫자는 적지만 치료와 예방이 손쉽다.

서울대의대 정신과 우종인 교수는 "기억력 감퇴 등 치매증상이 뇌졸중 뒤끝에 오거나 마비나 발음장애 등 다른 증상이 동반되며 증상이 갑자기 시작되면 혈관성 치매일 가능성이 크다" 며 "이 경우 혈압과 콜레스테롤 조절 등 뇌혈관 치료를 받으면 예방이 가능하다" 고 강조했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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