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유창혁-야마다 기미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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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중앙의 엷음이 못내 아쉬운 劉9단

제8보 (145~185)= "의외로 끈끈한 바둑. " "힘이 좋고 모양에 구애받지 않는다." "수비나 타개능력이 좋다."

검토실에서는 야마다8단의 장점에 대해 여러 얘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단점도 나온다. 초반에 쉽게 밀리는 경향이 있다든지, 바둑이 좋을 경우 완착이 빈발한다든지.

1980년대만 해도 일본바둑은 까마득히 높은 곳에 있었다. 한국은 감히 겨뤄보자는 얘기조차 꺼낼 수 없는 처지였다.

오랜 전통과 한없는 저력을 간직한 일본바둑에 프로들은 물론 일반 바둑팬들조차 무한한 경외감을 갖고 있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오늘의 일본바둑은 '몰락' 이란 표현을 써도 하등 이상할 게 없을 정도가 됐다.

기타니(木谷)도장을 차려 일본바둑의 새로운 부흥을 이뤘던 기타니 미노루(木谷實)9단이 지하에서 통곡할 일이다.

오늘의 몰락은 여러가지 이유를 들 수 있지만 가장 큰 책임은 기타니 도장 출신들이 져야 할지 모른다.

그런 일본도 최근 신인들이 강세를 보이며 춘추전국시대를 열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59승18패로 최다승을 기록한 야마시타 게이고(山下敬吾)7단을 필두로 장쉬(張)6단.하네 나오키(羽根直樹)8단.다카오 신지(高尾神路)7단 등이 그들이다.

이 판의 야마다8단은 지난해 다승 8위. 전적은 39승20패. 그러나 등급을 따진다면 야마다가 그들의 아래는 아니다.

이 판은 145로 중앙을 밀고 들어가면서 야마다8단의 승리가 확연해졌다. 전보에서 계산했던 것처럼 백은 중앙에서 10집을 내야 승리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최대한 봐줘도 다섯집을 넘지는 못할 것 같다. 劉9단은 마지막으로 A의 절단을 엿보고 있었다.

B가 선수니 축만 되지 않는다면 A의 절단이 성립한다. 한데 그 수마저 183의 선수로 막혀버리자 劉9단은 미련없이 돌을 거뒀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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