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 성장 '절반' … 실업 '1.7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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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표상으로는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9%를 넘고 실업률은 4.1%라지만 체감 성장률과 실업률은 이보다 훨씬 나쁘다는 연구결과가 제시됐다.

따라서 종전의 경제지표에만 의존한 경제정책이나 경영전략은 빗나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14일 내놓은 '경제실상과 지표의 괴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체감 경제성장률(국내총생산 기준)은 4.8%, 체감 실업률은 6.8%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성장률의 경우 정부의 추정치 9%의 절반 가량이고, 실업률은 통계청 발표치 4.1%의 1.7배에 달하는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통계지표와 체감지표간의 이같은 괴리가 더욱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정보통신(IT)관련 업종의 호조가 성장률을 끌어올리는데 크게 기여했지만 절대 다수 국민이 고용이나 소비.투자 등의 형태로 관계를 맺는 전통산업이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해 경제가 좋아진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것" 이라고 설명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해 IT부문의 생산이 39.1% 급증한 반면 전통산업은 4 .6% 성장에 그친 점을 감안, IT산업의 성장률을 종사자 비중(3.3%)만큼만 경제성장에 기여한 것으로 가중치를 부여해 체감 성장률 4.8%를 계산했다.

체감 실업률(6.8%)은 ▶취업자 중 고용상태가 불안정한 임시.일용직에 일정한 가중치를 두고▶실업통계 작성과정에서 경제활동인구에서 제외하는 구직 포기자(지난해 34만8천명으로 추산)를 실업자로 분류해 뽑아냈다.

연구를 주도한 홍순영 수석연구원은 "실직자가 넘쳐나는 건설업체와 수천만원씩의 성과급을 임직원들에게 주는 반도체 회사가 공존하는 현실에서 과거 잣대에 의존한 경제지표를 너무 믿으면 통계 착시현상에 사로잡힐 수 있다" 고 말했다.

보고서는 따라서 ▶정부는 경제의 구조 변화를 좀더 잘 반영하는 경제지표 개발에 힘쓰고▶기업은 경영계획을 세울 때 지표 이외의 현장 분위기.전문가 의견 등 다양한 정보를 보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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