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서울행 시기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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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答訪)시기와 관련, 정부의 입장이 '선 한.미 정상회담, 후 답방' 으로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정부.여당에선 이 문제를 놓고 여러가지 방안이 논의돼 왔다.

특히 여권 일부에선 '남북간 민족 문제 논의 우선' 이라는 논리로 金위원장의 답방이 한.미 정상회담보다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견해가 강력히 대두되기도 했다.

정부도 일단 미국과의 의견 조율이 먼저 있어야 한다는 데 비중을 두면서도 내심 이런 견해를 염두에 두고 미국 정부와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을 '카드' 로 부시 행정부를 은근히 압박해 왔다는 얘기다.

그동안 합의되지 않았던 한.미 정상회담 일자가 3월 상순으로 14일 결정된 것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라고 한 당국자는 분석한다.

◇ 답방시기 줄다리기=정부 일각에서는 金위원장의 답방 시기를 놓고 남북한과 미국이 막판 조율을 벌였다는 관측도 제기한다.

정부는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 등 부시 행정부 고위 외교 당국자들의 대북 강경 발언 등에 내심 부담을 느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남북 정상회담을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개최하는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시각은 임동원(林東源)국정원장의 워싱턴 방문을 계기로 힘을 얻었다.

국회가 개회 중인 데다 이정빈 외교통상부장관이 미국을 다녀온 지 하루 만에, 林원장이 방미한 것은 金위원장의 조기 답방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 답방시기 정해지지 않았다=정부 관계자는 "김정일 위원장이 임박한 시점의 특정일에 서울에 오겠다면 어쩔수 없는 것 아니냐" 며 답방 시기가 북측의 일방적 통보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도 점쳤다.

金위원장의 독특한 업무 방식과 경호 문제 등을 감안해 북측이 전격적으로 서울 답방을 처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조기 답방설을 진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정부 내 엇박자도 주목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3월 중 주요 행사를 계획하고 있어 답방이 어려울 것" 이라고 설명했는데 다른 정부 당국자는 "그 행사를 밝힐 수는 없지만 오히려 답방문제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 고 다른 견해를 밝혔다.

한편 박준영(朴晙瑩)청와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金위원장의 답방 시기는 봄쯤이라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결정된 바 없다" 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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