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임수 안통하는 시력표 나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속임수가 통하지 않는 시력표가 등장했다.

안과전문의인 이태원박사(이태원안과 원장)와 한국항공대 컴퓨터공학과 이긍해교수는 고의로 시력을 조작할 수 없도록 자신들이 공동으로 고안한 시력측정 프로그램이 최근 미국으로부터 특허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들이 개발한 시력표는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무작위로 등장하는 숫자나 글씨, 모양를 보면서 시력을 측정하는 방식. 검사받는 사람은 감지하지 못하는 미세한 크기나 모양의 변화를 통해 논리의 일관성을 점검받는다. 거짓으로 답하면 논리의 일관성이 깨지면서 탄로가 난다.

이박사는 “운전면허시험이나 신체검사 때 시력표를 통째로 외우거나 교통사고시 배상을 노려 잘 보이는데도 안 보인다고 억지주장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색각 측정에도 효력을 발휘한다.책장을 넘기면서 숫자를 말하는 기존 색각 측정법은 빨간 색으로 엷게 코팅된 안경을 낄 경우 적록색맹 임에도 정상으로 나올 수 있다는 것.그러나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이러한 속임수가 원천봉쇄된다.

1997년부터 개발에 착수, 98년 특허를 출원한 이 시력측정 프로그램은 고해상도 모니터를 갖춘 컴퓨터면 어디에든 깔아서 사용할 수 있다.

이박사가 시력측정 원리를 고안했으며 이교수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맡았다.이교수는 작년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의 워드프로세서 오피스가 자신이 개발한 키보드 한영자동전환기술의 권리를 침해했다며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홍혜걸 기자 ·의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