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레스 이탈리아 하원의원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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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나폴리대 역사학 교수를 지내며 이탈리아 지역갈등의 근원을 연구해 온 좌파민주당 소속 이사이아 살레스(50.사진) 하원의원을 로마의 국회의사당에서 만나봤다.

- 지역갈등이 정치적으로 악용되나.

"북부연맹 같은 정당은 애초 지역 갈등을 이용해서 생긴 것이다. 남북부간 이견이 커 조화가 어려웠고 국회 안에서도 감정대립이 심했다. 전국 정당도 갈수록 지역정당으로 변해갔다. 국회의원이 지역대표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경제갈등이 지역갈등을 낳고 이것이 정치갈등을 낳은 것이다. 하지만 지역이 글로벌 환경을 이용해 독자적인 정책을 펴면서 사정이 달라지고 있다. 더이상 중앙이나 다른 지역의 힘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외국에서 투자를 받기가 쉬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 지역갈등의 원인인 경제격차는 어떻게 생겼나.

"북부는 일찍이 18세기 말~19세기 초에 산업화에 착수했으나 남부는 계속 농업에 의존했다. 1861년 통일을 이뤘지만 정치와 영토의 통합에 그쳤을 뿐이다. 통일 후 90여년이 흐른 1950년대까지 중앙정부는 지역격차 해소에 무관심했다. 북부공업지대를 중심으로 국가의 부를 쌓는 것만 생각했을 뿐이다."

- 이후엔 어떤 노력이 진행됐나.

"중앙정부는 50년 남부개발기금을 설립하고 40년 이상 사업을 벌였다. 하지만 남부경제를 살리지 못했다. 마피아.토착세력과 정치인간의 정경유착, 부정부패로 사업이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92년 기금이 폐지됐다."

- 지금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이탈리아 남부개발은 이제 국제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94년부터 3천만달러(약 3백60억원)의 유럽연합(EU) 기금을 받아 남부개발 6개년 계획을 시작한 것이다. 국제자금인 만큼 투명성을 요구받아 공정하고도 효율적으로 집행되고 있다. 이젠 국가의 지역개발 지원도 국제적 성격을 띨 수밖에 없게 되고 있다."

- 앞으로 지역갈등의 해결 전망은.

"지역간 경제격차가 줄면 남북지역 간 갈등은 서서히 해소될 것이고 지역정당들도 변신할 것이다. 그 다음에는 각자 자기 고향을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지역간 선의의 경쟁이 나타날 것이다. 이탈리아인은 어디에 살든 평생 '어느 지역 출신' 이란 꼬리를 달고 산다. 이들은 언젠가는 귀향해 고향을 개성있고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 꿈을 꾸고 있다. 고향지역이 한 나라 안의 다른 지역과는 물론 외국과도 잘 지내는 평화롭고 윤택한 곳으로 발전하는 꿈이다."

로마=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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