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연씨 사재 털어 고아들 보금자리 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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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고아 출신으로 자수성가한 의사가 사재를 털어 고아들의 자립을 위한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있어 잔잔한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서울 강남구 차병원 산부인과 과장인 조주연(趙周衍.53.사진)박사가 그 주인공이다.

趙씨는 지난달 전북 군산시 신흥동의 한옥 한 채를 1억5천만원에 구입했다.

그는 요즘 이 가옥을 '군산 우리집' 이라는 고아용 자립생활관으로 개조하고 있다. 부지 88평에 건평 15평으로 이달 말 문을 열게 된다.

이 생활관에는 18세가 넘어 아동복지시설을 떠나야 하는 '나이 든' 고아들이 입주해 진학이나 취업준비를 하게 된다.

이 시설에는 趙박사가 어린시절을 보냈던 구세군 군산후생학원 후배 10여명이 입주하기로 돼있다.

그는 "18세 때 후생학원 문을 나선 뒤 마땅히 갈 곳이 없어 길거리에서 잠을 자는 등 청소년기를 어렵게 보냈다" 며 "인생의 진로를 결정하고 준비해야 할 중요한 시기의 후배들이 내가 겪었던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시설을 준비했다" 고 말했다.

그의 후배사랑은 20년쯤 전부터 시작됐다. 짬이 날 때마다 군산후생학원을 찾아 학용품과 컴퓨터 등을 전달했고 후배들에게 자신이 역경을 극복한 경험을 얘기하며 희망을 심어줬다.

趙박사는 군산후생학원에서 중학교까지 마친 뒤 검정고시로 대입자격을 취득했고 곧바로 연세대 의대에 진학했다.

등록금과 학비.생활비는 모두 장학금과 아르바이트로 스스로 해결했다.

趙씨는 "앞으로 인근 집들을 사들여 다른 복지시설에서 자란 후배까지 받아들일 수 있도록 시설을 넓힐 계획" 이라며 "사회에서 받은 것을 되돌려 주는 당연한 일을 하고 있을 뿐" 이라고 말했다.

군산=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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