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컵] 히딩크호 허리 '든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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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 미드필드진이 틀을 잡아가고 있다.

대표팀은 히딩크 감독 취임 한 달을 맞은 11일 밤(한국시간) 두바이 4개국 친선축구대회 2차전에서 주최국인 아랍에미리트(UAE)에 후반 골세례를 퍼부으며 4 - 1로 통쾌한 역전승을 거뒀다.

대승은 어시스트 3개를 기록한 김도훈(전북)과 경기 전날 밤 벨기에에서 날아와 제 컨디션이 아닌데도 한 골을 넣은 설기현(로열 앤트워프) 등 공격진의 힘이 컸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승리의 원동력은 두 수비형 미드필더인 이영표(23.안양)와 박지성(19.교토)의 확실한 중원 장악에 있었다.

히딩크 감독의 미드필드 운용은 중앙에 수비형 미드필더 두 명을 세우는 '더블 볼란티 시스템' 을 축으로 한다.

'볼란티' 는 포르투갈어로 차의 핸들을 뜻하며 축구에서는 중앙에서 공수를 조율하고 전체적인 밸런스를 유지해 나가는 선수를 지칭한다.

두 볼란티의 움직임은 핸들을 쥔 양 손의 방향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A가 공격 진영으로 나가면 B는 뒤로 처져 수비진을 강화한다.

두 선수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면서 공수의 밸런스를 유지해주어야 팀이 제대로 방향을 잡아 매끄럽게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다.

볼란티는 양 윙백이 공격에 가담했을 때 그 빈 자리를 메워줘야 하고 상대 공격을 미드필드에서 일차 저지해야 하며 공격시에는 적진 깊숙이 진출해야 한다.

따라서 강한 체력과 기동력이 필수적이다. 이영표와 박지성은 팀 체력 테스트에서 항상 1, 2위를 다툴 정도로 기관차 같은 기동력을 자랑한다.

여기에 돌파력과 기민한 볼처리 능력까지 갖춰 현재로서는 가장 이상적인 더블 볼란티 조합으로 히딩크 감독의 신임을 얻고 있다.

한국은 덴마크를 4 - 2로 꺾은 모로코와 1승1무로 동률을 이뤘으나 골득실에서 한 골 앞서 단독 선두에 나섰다.

한국은 2패로 최하위에 처진 덴마크와 14일 오후 11시20분 최종전을 갖는다.

두바이(UAE)〓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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