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파월의 대북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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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지난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외무장관회담에서 북한 미사일 문제를 북.미관계 진전의 조건으로 제시함에 따라 향후 북한의 태도가 관심을 끌고 있다.

파월 장관은 지난달 26일 고노 요헤이(河野洋平)일본 외상과의 회담에서도 "미국의 대북 접근은 북한이 미사일 문제 등에 대한 미국의 특별한 우려를 수용하는 것을 지켜본 뒤 이뤄질 것" 이라고 말해 미국의 그같은 의지를 강조했다.

이는 클린턴 정부 때와는 확연히 변화된 대북 접근 방식이 아닐 수 없다.

이동복(李東馥)명지대 객원교수는 "클린턴 정부는 미사일 문제를 포함해 포괄적으로 북한과의 관계 진전을 추구했으나 부시 정부는 북한이 먼저 미사일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며 "미사일 문제에 대한 북한의 태도가 향후 북.미관계를 결정할 것" 이라고 말했다.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미사일 개발에 나선 북한은 '스커드 B(사거리 3백40㎞)' '화성 6호(5백㎞)' '노동(1천3백㎞)' 등 중.단거리 미사일을 5백~6백기 정도 실전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장거리 미사일의 경우 '대포동 1호(1천5백~2천2백㎞)' 는 개발을 완료했으며, '대포동 2호(4천~6천㎞)' 는 개발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북한은 이란에 미사일 2백기를 수출하는 등 파키스탄.시리아 등에 지난 10년 동안 모두 3백~4백기의 미사일을 수출해 10억달러 이상을 번 것으로 국제 군사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96년부터 미사일협상을 시작한 북한과 미국은 지난해 11월 말레이시아의 콸라룸푸르회담 이후 장거리 미사일 개발 포기는 인공위성 대리발사로, 중.단거리 미사일 수출 중단은 국제경제기구를 통한 간접지원 방식에 어느 정도 의견 접근을 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경제개방을 위해선 미국과의 관계개선이 최우선적 현안이라는 점을 북한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장거리 미사일 개발 포기 등은 타결될 것으로 본다" 고 말했다.

문제는 부시 행정부가 또다른 새로운 조건을 내걸 것이냐 여부다.

그럴 경우 북한은 상당기간 반발할 가능성이 커 미사일 협상이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종철(崔鍾澈)국방대학원 교수는 "장거리 미사일 개발 포기와 중.단거리 미사일 수출 중단은 협상을 통해 합의가 가능할 것" 이라며 "그러나 휴전선 인근에 배치된 미사일의 후방 철수 등 새로운 조건이 등장하면 북한이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 고 말했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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