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히딩크 '프리맨을 찾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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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히딩크 사단의 아킬레스건이 드러났다. 최전방 스트라이커 바로 밑에 위치한 10번 자리다.

'처진 스트라이커' , '프리맨' 이라고도 불리는 이 포지션은 미드필더와 최전방 공격수간 연결고리 역할을 맡으면서 골찬스를 만들고 직접 골을 뽑아낼 것도 주문받는 자리다.

특정한 플레이 메이커를 두지 않는 히딩크 감독의 전술 운용상 10번은 좌우 측면으로 볼을 배분하는 플레이 메이커 역할도 해야 한다.

대표팀을 맡은 직후 박성배(전북)를 자주 기용했던 히딩크 감독은 박의 플레이가 미덥지 못하자 지난 8일 두바이 4개국 초청대회 모로코전에서는 고종수(수원)를 10번에 세우는 실험을 했다.

10번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숨겨진 선수를 발굴하기 위한 이 실험은 그러나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고종수가 10번으로 뛴 전반 한국은 단 한차례 슈팅도 날리지 못했다. 고종수는 넓은 공간에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느라 힘겨워하는 모습이었다.

왼발에 비해 오른발 감각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였다. 고종수가 비운 왼쪽 날개 자리까지 덩달아 허술해지는 도미노 현상도 보였다.

결국 후반 고종수가 왼쪽으로 복귀하고 유상철(가시와)이 10번을 맡았지만 불만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종료 3분 전 동점골을 뽑기는 했지만 유상철은 섬세하지 못한 볼 컨트롤과 슈팅으로 공격의 응집력을 떨어뜨렸다.

현재로선 안정환(이탈리아 페루자)이 가장 적임자로 보인다. 소속팀에서 이 자리를 맡고 있는 데다 드리블.패싱.슈팅 능력을 고루 갖췄기 때문이다.

안정환은 오는 14일 덴마크전에서 이 포지션에 기용될 전망이다. 부상 중인 이천수(고려대)도 유력한 후보다.

10번은 히바우두(브라질).델 피에로(이탈리아)등 등번호 10번을 단 각국 최고 스타들이 맡고 있는 자리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당시 베르캄프라는 '위대한 10번' 을 앞세워 네덜란드를 4강까지 끌어 올렸던 히딩크 감독이 '한국의 베르캄프' 로 누구를 최종 낙점할지 주목된다.

한편 두바이 4개국 대회 첫날인 8일 주최국 아랍에미리트(UAE)는 덴마크를 1 - 0으로 꺾고 선두에 나섰다.

모로코와 1 - 1로 비긴 한국은 11일 오후 11시30분(한국시간) UAE와 2차전을 갖는다.

두바이(UAE)〓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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