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지지기반 확보에 시각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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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차기 대선에서 우리 사회의 주류(主流)세력이 현 정권에 대해 심판을 내려 새 정권을 만들어 줄 것" (8일.일본 특파원 간담회)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선 이같은 李총재의 '주류세력 새 정권 선택론' 과 여권이 제기하는 '개혁 주체세력 확보론' 이 집권 후반기의 정국 주도권 다툼에서 주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李총재의 '주류세력 새 정권 선택론' 은 1997년 대선의 패인을 분석한 데서 나왔다.

李총재는 "지난번 대선은 소수의 전라도와 충청도가 뭉쳤고 여당이 분열된 것과 함께 한가지 요인이 더 있다" 며 "한국 사회를 떠받쳐온 합리적.중도적 보수층이 DJ로의 정권교체를 선택한 것" 이라고 주장했다.

李총재는 "당시 우리는 메인스트림(주류)의 의사를 읽지 못했다" 면서 "나는 이제 주류세력에 주목하고 있다" 고 했다.

그러면서 李총재는 "현 정권이 자기반성과 방향 수정을 하지 않으면 주류가 (DJ에게) 부여한 실험의 결과에 대해 2002년 대선에서 엄정한 심판을 내릴 것" 이라는 논리를 펼쳤다.

측근들은 이에 대해 "현 정권이 이 사회의 주류를 바꾸려 했으나 사회의 주류는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 법" (尹汝雋의원), "차기 대선 때 보수중도층 표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 (劉承旼여의도연구소장)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민주당 고위 당직자는 "사회대통합의 시대에 사회를 주류.비주류로 나눈 발상 자체가 위험한 것" 이라고 반박하고 "지난 대선은 당시 기득권 세력의 실정과 장기집권에 대한 총체적 민심이반의 결과" 라고 달리 해석했다.

그는 특히 "李총재의 접근자세는 남북 화해시대에 우리 내부의 분열을 조장할 수 있다" 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권 일각에서는 개혁의 주체세력을 분명히 해 집권 후반기를 주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동안 개혁과 국정운영이 주춤한 것은 개혁의 중심세력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그런 맥락에서 한완상(韓完相)교육부총리의 등장을 개혁중심세력 확대론의 측면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DJ의 국정운영 이미지는 어디까지나 국민 대통합" 이라면서 "그렇지만 '강한 정부론' 을 끌고 가기 위해선 개혁을 완수할 주체세력이 있어야 한다" 고 말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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