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학교, 일진회 짱부터 주부까지 졸업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9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 성지중.고등학교 졸업식에서 모범상을 받는 김도선(金道善.22)씨는 경북 울진에서 보낸 중학시절부터 이른바 '일진회 짱' 이었다.

고교 시절 학교 안팎의 폭행사건에 연루돼 구치소 등을 전전, 장기 결석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퇴학 처분이 이뤄졌다. 金씨는 경북 일대를 떠돌며 '깡패' 로 생활했다. 뒤늦게 서울에 올라와 친구의 권유로 성지고교에 편입했다.

그래도 2학년 초반까지 경찰서 출입이 끊이지 않았다. 팔의 문신 때문에 아르바이트 구하기도 어려웠다. 그는 "학교나 일진회에서 한 번 찍히면 벗어나기 힘들었다" 고 돌이켰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金씨는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선생님과 친구들이 다시 불러주었다" 고 말했다. 여자 친구도 생겼다. "이대로는 안된다" 고 결심을 굳혔다. 그는 고3이 되면서 결석을 한 번도 안하고 학교에 매달렸다. 올해 서남대 시각디자인과에 합격했다. "의상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 고 했다.

여느 또래보다 진학이 늦었지만 성지학교의 올해 졸업생 4백64명의 면면을 살피면 金씨처럼 자신을 극복한 경우가 많다.

초등학교 졸업 학력의 주부 이모(44)씨는 1995년 성지중에 입학, 이웃 학교에 다니는 아들과 6년 동안 나란히 대입을 준비해 올해 배화여전에 합격했다.

성지학교 김한태(金漢泰)교장은 "이들의 다양한 체험이야말로 사회에서 필요한 인재가 될 원동력" 이라고 말했다.

이후남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