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장관 발언 파문] "언론과 전쟁도 불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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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제는 정권이 언론에 대한 전쟁 선포도 불사해야 한다."

7일 낮 노무현(盧武鉉)해양수산부장관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그는 '언론사 세무조사는 탄압이며 중단하라' 고 요구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국회 연설(6일)에 대해 "이는 공당의 대표로서 할 만한 말이 아니다" 고 반박하면서 이렇게 강조한 것.

盧장관은 "누구나 천적(天敵)관계가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언론만 천적이 없다. 언론이 밤에는 대통령보다 더 무섭지 않았느냐" 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론이 더 이상 특권적 영역이 아니다. 지금은 언론과 맞붙어 싸울 수 있는 기개(氣槪)있는 정치인이 필요한 시점" 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말 민주당 김중권 대표에 대해 '기회주의적 처신' 이라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던 盧장관은 이번에는 '비보도 요청' 을 하지 않았다.

盧장관의 언급에 앞서 민주당은 이날 아침 金대표가 주재한 확대 당직자 회의에서 李총재의 발언을 집중 분석했다.

회의 뒤 김영환(金榮煥)대변인은 "지금 언론이 정부와 여당을 비판하는데 어떤 두려움과 장애가 있는가 라고 묻지 않을 수 없다" 면서 "이런 상황 속에서 어떻게 언론탄압이 가능한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고 비난했다.

여권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한나라당은 재반격했다.

특히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盧장관의 발언은 반민주적이며 위험한 발상" 이라고 비난했다.

장광근(張光根)수석부대변인은 "세무조사가 정치적 목적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증거" 라면서 "재야운동으로 이름을 날린 장관이 언론탄압을 두둔하는 것은 안타깝다" 고 말했다.

이철호.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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