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의료기 업체 30곳 전격 세무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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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국세청이 제약업체와 유통업자, 의료기기 제조업체 등 30곳에 대해 25일 전격적으로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세금계산서 없이 의약품을 거래하거나 허위 세금계산서를 통해 탈세를 한 정황이 드러난 곳이다.

의약품 생산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에 걸쳐 관련 업체를 세무조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제약업체에 대해서는 법인세 조사도 함께 실시한다.

국세청이 이날 세무조사에 들어간 곳은 ▶제약업체 4개 ▶의약품 도매업체 14개 ▶의료기기 제조·판매업체 12개다. 조사 대상 제약업체들은 탈법적 수단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는 곳이다. 의약품 도매업자들은 제약업체로부터 판매장려금 명목으로 지급받은 의약품을 세금계산서 없이 판매한 의혹이 있다. 또 의료소모품(의료기기·치과재료)과 의료보조기구(온열기)를 생산·유통하는 업체들은 매출액을 누락 신고한 혐의가 있다.

국세청은 2007년 1월 1일부터 2009년 12월 31일까지 조사 대상 업체들의 부가가치세 신고 내용 및 세금계산서 발행 내용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이 중 제약업체에 대해서는 리베이트 탈세 조사를 위해 법인세 조사도 통합해 하기로 했다.

이번 세무조사는 사전통지 없이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국세기본법 81조에 따르면 증거인멸 등이 우려되면 사전통지 없이 세무조사를 할 수 있다. 국세청이 이들 업체가 상습적으로 탈세를 했다는 정황을 잡았다는 뜻이다.

이들 업체는 치밀한 수법으로 탈세를 한 것으로 국세청은 보고 있다. 예컨대 한 의약품 도매업자는 제약사로부터 받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이용해 제약사 앞으로 어음을 발행해 결제해 준 다음, 이를 현금으로 돌려받아 병원과 약국에 리베이트를 주기 위한 비자금으로 쓴 것으로 조사됐다.

또 한 제약업체는 도매업체와 짜고 의약품을 반품받은 것처럼 회계 처리해 매출액을 줄이고, 도매업체는 반품하지 않은 의약품을 약국에 세금계산서 없이 판매했다.

의료기기 제조업체의 경우 세금계산서 없이 도매상이나 일반 고객에게 물건을 판 뒤, 세금계산서가 필요한 병·의원에 이를 발행하는 편법으로 탈세를 했다.

국세청은 조사 결과 탈세를 한 사실이 드러나면 세금 추징은 물론 조세범처벌법 위반으로 고발할 방침이다. 송광조 국세청 조사국장은 “그동안 여러 품목에 대해 정밀 조사를 한 결과 의약품 및 의료기기가 다른 품목에 비해 위장거래를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나 세무조사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시장 질서를 문란하게 하고 탈세를 하는 업체와 유통상에 대해선 강력한 세무조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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