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대학가에 전과 바람 불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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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전북 익산의 원광대 인문대 2학년 朴모(22)씨는 사범대 국어교육과로 학과를 옮기기 위해 최근 신청서를 냈다.

인문대 출신의 취업문이 상대적으로 좁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는 “교사 자격증을 딸 수 있는데다 학교 ·학원 등의 일자리도 많아 사범대를 택했다”고 말했다.

지역 대학가에 전과 바람이 불고 있다. 5일 원광대에 따르면 1997년 24명에 불과했던 전과 신청자가 지난해에는 1백99명,올핸 3백75명으로 급증했다.

전북대도 올해 전과 신청자가 4백98명으로,지난해 2백24명보다 배 이상 늘었다.전주 우석대는 지난해 1백52명에서 올해 2백명으로 불어났다.

청주대의 경우 전과 신청기간(15∼21일)을 앞두고 최근 학사관리팀에 전과 모집인원·절차 등을 묻는 전화가 하루에 10여통씩 걸려오고 있다.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전과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는 학생들의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경기침체로 취업난이 극심한 게 가장 큰 이유다.인문대·자연대 등에서 주로 사범대 등으로 이동하고 있다.

전북대의 경우 전과 모집정원이 4명씩인 사범대 국어 ·수학 ·영어교육과에는 각각 18명 ·27명 ·13명이나 지원했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취업이 쉬운 사회복지학과도 3명 모집에 10명이 신청했다.

반면 1백명을 모집하는 농과대학에는 겨우 1명,15명을 뽑는 자연대는 2명만 지원하는 데 그쳤다.

강원대의 경우 올해 81명이 신청해 48명이 전과했는데 대부분 농업생명대 ·산림대 ·동물자원대 ·인문대 출신들이다.

경영대(경영 ·회계 ·관광경영 ·무역) ·사범대로 학과를 많이 바꿨다.

원광대 김명희(金明熙)교무처장은 “과거에는 학생들이 적성을 고려해 전과를 했으나 요즘은 졸업 후 취업을 생각해 전과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추세는 학문발전에 장애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춘천=이찬호, 청주=안남영,전주=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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