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 결정… "샤론을 이스라엘 왕으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총리선거를 이틀 앞두고 이스라엘 점령지에 주둔하고 있는 군인 20만명이 4일 부재자 투표를 시작했다.

또 인도 지진 현장에 파견된 의료진과 군인 1백50여명이 참여한 부재자 투표함이 이스라엘에 도착했으며 선거위원회 관리들은 부재자투표자의 선거권 유무, 중복투표 여부 등을 점검했다.

한편 노동당의 에후드 바라크 총리는 아랍계 유권자 등을 대상으로 열세를 뒤집기 위한 막판 총공세를 펼쳤으나 아리엘 샤론 리쿠드당 후보와의 표차를 좁히는 데 역부족이었다.

현지 여론은 이변이 없는 한 샤론 후보의 당선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선거운동 마지막날인 4일 샤론 후보에 대한 유대단체들의 지지가 잇따라 승기가 굳어졌다.

이날 밤 극우파 유대교 연합체인 '토라유대주의연합' 이 "샤론 후보야말로 이스라엘을 토라(유대교 경전)에 가깝게 인도할 인물" 이라며 지지를 선언해 대세가 샤론후보 쪽으로 기울었다.

이에 앞서 원내 제3당인 샤스당도 샤론 후보를 공식지지한다고 발표했다.

이날 밤 홀론시?모인 1천여명의 지지자들은 "샤론을 왕으로" 라고 외치며 한껏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바라크 총리는 마지막 각료회의를 주재, 지난해 10월 아랍계 시민 13명이 희생된 데 대한 사과성명을 발표하는 등 전체 유권자의 13%를 차지하는 아랍계를 겨냥한 막판 표 끌어모으기에 구슬땀을 흘렸다.

그러나 아랍계 유권자들은 바라크 총리의 사과는 너무 늦었으며 구체적인 책임규명 내용도 포함되지 않았다며 총리 선거 거부를 지속하겠다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중동평화협상의 매파로 알려져 온 샤론 후보는 막바지 선거유세에서 "유대인의 가장 성스러운 곳인 예루살렘을 분리하는 것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며 강경 입장을 굽히지 않아 아랍국들의 빈축을 샀다.

이에 대해 시리아 관영 라디오 다마스쿠스는 총리 당선 이후에도 골란고원 철수 불가 방침을 밝히고 있는 샤론 후보를 '테러리스트' 로 낙인찍었다.

이 방송은 샤론 후보의 다단계 평화협상 계획에 대해 '협상을 질질 끌려는 의도' 라고 비난하고 이스라엘 유권자들은 중동평화협상에 관한 한 '나쁜 후보와 더 나쁜 후보' 가운데 한명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6일 치러질 이스라엘 총선과 관련해 미국 정부는 어느 편도 들지 않을 것이라고 4일 밝혔다.

파월 국무장관은 이날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비록 미국의 입장을 지지해 팔레스타인과의 평화협상을 벌였던 바라크 총리의 지지율이 강경파인 샤론 후보에게 뒤지고 있지만 부시행정부는 이번 선거에서 어느 한 쪽을 일방적으로 지지하지 않는다" 고 강조했다.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이끄는 파타운동은 이스라엘 총리 선거에서 극우파인 샤론 후보가 승리한다 하더라도 그가 국제적인 결정사항을 존중한다면 샤론과 상대할 용의가 있다고 4일 밝혔다.

유권하 기자.외신종합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