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전북문학' 발간 주역 최승범 시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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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국내 최장수 순수 문예지 '전북문학' 이 최근 2백1호를 발간했다.

지난 3일 오후 전북 전주시 대우빌딩에서는 국내.외 문인 등 3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축하연이 열렸다.

33년째 전북문학을 이끌어 온 최승범(崔勝範.70.전북대 명예교수)시인은 이날 모임에서 "선.후배와 동료 문우들의 끊임없는 격려와 도움 덕분에 값진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며 눈시울을 붉혔다.

전북문학은 1969년 문인협회 전북지부장이던 崔교수의 주도로 지역에서 활동 중이던 문인 25명이 커피.담배값을 아껴 1천원씩 내놓은 돈으로 창간했다.

"지방 문인들은 작품을 써놓고도 발표할 공간이 없었습니다. 중앙 문예지나 신문사의 청탁은 가뭄에 콩나듯 했으니까요. 그래서 우리 스스로 활동무대를 만들자는 생각을 한 겁니다."

초기엔 계간이었던 것을 70년대 중반부터 격월간으로 바꿔 펴냈다. 그동안 전북문학을 통해 중앙문단에 데뷔한 시인.소설가.수필가만도 80여명에 이른다.

향토 문학의 젖줄 노릇을 톡톡히 한 셈이다. 崔교수는 창간호부터 지금까지 30여년 동안 원고 청탁에서 편집.교열까지 모든 작업을 거의 혼자 해왔다.

그는 스스로를 '행복한 사람' 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문학과 관련해 인복이 많았다.

고등학교 때부터 문학의 꿈을 키워 오다 전북대 국문과에 입학한 뒤 가람(伽藍)이병기 선생을 만나 시조시인으로 꽃을 피웠다.

가람의 중매로 신석정 시인의 큰딸 일림(一林.69)씨와 결혼도 했다.

그래서 석정 시인을 대학에서는 스승으로, 문단에서는 선배로, 가정에서는 장인으로 모시고 살았다.

그는 지난 96년 전북대를 퇴직한 뒤 전주상호신용금고 4층에 '고하 문예관' 을 열어 작품을 쓰고 일반인들에게 창작 강의도 하고 있다.

崔교수는 "좋은 책의 향기가 백년, 천년을 가듯 '전북문학' 이 1천호, 1만호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고 말했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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