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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어 본 정치] '강한 정부' 뒤에 숨은 여 차기주자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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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김대중(金大中.DJ)대통령을 성공한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정권재창출이 가능하다. "

차기 대선의 여권(與圈)주자로 꼽히는 인사들이 요즘 강조하는 말이다. 올 들어 당총재인 金대통령이 '강한 정부론' 을 들고 나오면서 여권내 정권재창출론의 우선순위가 '성공한 DJ론' 으로 바뀌고 있다.

특히 '민심의 안정적 관리' 를 서로 자임하고 있다.

김중권(金重權)대표는 그런 쪽으로 당의 방향과 정책을 이끌고 있다. '강한 여당론' 으로 민생정책의 당 우위를 내세워 金대통령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런 속에서 민국당의 장기표(張琪杓)최고위원에 이어 김윤환(金潤煥)대표까지 "여권 후보는 김중권 대표가 유력하다" 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인제(李仁濟)최고위원은 "국민속에 들어가 피부에 닿는 정책과 비전을 개발하겠다" 며 "개인 인기가 아니라 당 역량을 강화해 국민 신뢰를 얻어야 정권재창출이 가능한 것 아니냐" 고 강조했다. 그는 6~7일 폭설 피해가 심한 충남 당진군을 방문할 계획이다.

한화갑(韓和甲)최고위원도 '당 우선론' 을 가다듬고 있다. 당을 대표해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음 본회의 대표연설을 할 韓위원은 "정국 정상화와 경제.민생 챙기기에 중점을 둘 것" 이라고 밝혔다.

측근들은 "민생을 우선하는 韓위원의 대중적 이미지를 높일 기회" 라고 의욕을 보인다.

韓.李최고위원은 지난달 부시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미국에 갔을 때 따로 만나 'DJ 국정' 을 뒷받침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현(盧武鉉)해양수산부장관은 지난해 12월 金대표에 대한 '기회주의자' 발언 파문으로, 목소리를 낮추고 있다. 그런 가운데도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를 확대하고 있다.

김근태 최고위원은 한반도재단 구성과 다음번 개각 때 경제부처 장관으로의 입각을 기대하고 있다. 그는 "관치경제 틀을 바꿔 金대통령의 경제개혁을 뒷받침하겠다" 고 다짐한다.

당 관계자들은 "이런 모습들은 金대통령이 차기 후보감의 첫째 덕목으로 '사심(私心)없는 사람' 을 내세운 효과" 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金대통령은 "당이 잘못 돼도 나만 살겠다는 이기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 성공한 예를 본 적이 없다" 고 강조했다.

청와대 남궁진(南宮鎭)정무수석은 "지게 지고 일하는 사람과 갓 쓰고 밥 먹는 사람이 따로 있으면 안된다" 고 역설했다.

민주당 고위당직자는 4일 "이런 모습은 차기 논의를 억제하되 차기 후보군이 당에 헌신하라는 金대통령의 의중에 따른 것" 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따라서 차기 후보주자들은 자신의 개인적인 이미지 관리에 못지않게 DJ의 통치철학과 정책을 계승발전시키는 데 적임자라는 면모를 다져나갈 것" 이라고 전망했다.

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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