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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통신] 분당 서현·초림역 일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어머, 웬 사람들이 이렇게 많아. 할인 매장이라도 생겼나봐. "

지난달 27일 오후 3시 분당신도시 서현동 삼성플라자 1층 로비는 발디딜 틈없이 붐볐다. 무슨 상품이 나왔길래 궁금해 하며 간신히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간 김수연(35.주부.분당구 서현동)씨는 깜짝 놀랐다.

백화점에서 난데없이 발레 공연이 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국내에서 최고를 다툰다는 국립발레단의 '해설이 있는 발레' 였다.

공연장은 몰려든 관객들로 열기가 가득했다. 40여평 넓이의 무대 앞에 마련된 6백여 좌석에다 뒤에 서있는 사람까지 합하면 1천5백명은 족히 넘어 보였다.

유모차를 앞에 둔 젊은 부부들도 눈에 띄고 무용수에게 풍선을 흔드는 꼬마들도 있다. 2층과 3층 카페에서 차를 마시던 사람들의 눈길은 하나같이 무대를 향해 있다. 대부분 주말을 맞아 쇼핑 나온 가족 단위였다.

조카 손을 잡고 공연을 지켜보던 박주연(30.주부.분당구 야탑동)씨는 "분당에는 이렇다할 공연장이 없어 취미였던 연극 감상을 자주 못했? 며 "백화점에서 공연이 있는 날은 2시간 전에 와야만 자리를 잡을 수 있다" 고 말했다.

분당은 '공연 문화의 사막' 이나 다름없다. 드물지 않게 영화관은 있으나 공연장은 전무한 실정이다.

이 틈새를 백화점이 파고 들어 주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공연 갈증을 풀어주는 오아시스인 셈이다.

백화점 관계자들은 "설문 조사를 통해 신도시 주민들의 소비 패턴과 문화 수요를 파악한 마케팅 전략이 성공했다" 고 말했다.

삼성플라자에서만 한해에 무료로 마련하는 공연은 1천5백회에 달한다. 하루 평균 4회 이상 공연이 열리는 꼴이다.

내용도 수준급이다. 세계적인 마임극단 '리체데이' 와 뮤지컬 '페임' '명성황후' 를 비롯, '이미자 콘서트' '앙드레 김 패션쇼' '국립발레단' 등 내로라하는 가수들과 공연단이 무대에 오른다. 물론 공연장을 구하는 지역 문화단체에 무료로 무대를 제공하기도 한다.

공연 무대가 그리 넓지 않은 만큼 긴 동선이 필요한 장면은 다소 수정한다. 공연 시간은 원공연과 비슷한 1시간30분~2시간 정도다.

국립발레단 최태지 단장은 "쇼핑 나온 고객들이 무대로 몰려들수록 이들의 생활 속으로 더 깊이 파고드는 느낌" 이라며 백화점 공연의 남다른 매력을 설명했다.

하지만 백화점에 공연을 유치하는데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삼성플라자 영업전략팀 최근철 대리는 "4년 전 백화점이 문을 열 때만 해도 섭외가 어려웠다" 고 털어놓았다.

처음에는 가수들도 쭈뼛쭈뼛하며 어색해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는 백화점이 분당의 공연 문화를 이끌고 있어 책임감과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삼성플라자와 함께 분당구 수내동 롯데백화점 5층에 있는 어린이 극장 '이벤트 가든' 의 인기도 절정이다. 2백여 좌석이 마련돼 있지만 언제나 서서 보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왕자와 거지' '미운 아기 오리' 등 동화나 동물 분장이 자주 등장하는 뮤지컬과 인형극이 주를 이룬다. 주중에는 하루 두차례(오후 2, 4시) 공연되고 주말에는 학교나 학원의 발표회장으로 이용된다.

롯데백화점의 어린이 공연장 마련은 고객들에 대한 설문조사가 계기가 됐다. 젊은 주부들이 많은 분당신도시의 주된 불만은 놀이방을 제외하곤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 적다는 점. 백화점측은 궁리 끝에 어린이들이 재미있고 유익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연장을 마련했다.

롯데백화점 조형섭 주임은 "이제는 백화점 대신 극장에 가자는 아이들이 생겼을 만큼 문화의 장으로 자리잡았다" 고 소개했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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