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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해명 급급한 '혹시나' 광우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31일 아침 농림부 기자실에 수의과학검역원 관계자가 달려왔다.

이날 아침 광우병 때문에 수입금지된 네덜란드산 소 혈분(血粉)이 지난해에 다량수입됐다는 본지 기사에 대해 해명하기 위해서였다.

검역원 관계자는 "수입된 것은 소 혈분이 아니라 돼지 혈분" 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돼지 혈분의 검역증명서까지 들이밀었다. 농림부는 전날 밤 늦게 전언론사에도 같은 자료를 보내 해명했다.

그러나 기자가 농림부의 '검역원연보' 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던 것 같다. 그곳에는 네덜란드산 소 혈분이 들어온 사실이 분명히 기록돼 있었다. 네덜란드산 돼지 혈분 수입량은 별도의 항목(소 혈분 수입량보다 많다)으로 명기돼 있다.

기자가 이에 대한 추가 해명을 요구했다. 그러자 검역원측은 '연보가 실수로 잘못 표기됐다' 고 해명했다. 기자의 질문이 계속됐다.

"1년도 아닌 3년치 연보가 연속해서 똑같은 실수를 반복했다는 것이냐. 3년간 네덜란드산 소 혈분과 돼지 혈분 검역증명서를 모두 보여달라" . 그러나 검역원측은 이에 어이없는 답변을 했다.

"소 혈분 대책이 바쁘니까 차후에 보자" . 소 혈분이 들어온 것이 아니라면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자료를 애써 감추려 들었다.

또 검역원측은 수입 혈분이 소 사료에 사용되지 않고 개.고양이 등 애완동물과 어류용으로 사용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그것도 납득이 어렵다. 우리의 유통관리 체계로 볼 때 이처럼 빨리 혈분의 용처가 모두 밝혀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기자가 취재과정에서 혈분의 용처를 확인하려 할 때 시종일관 "모른다" 고만 대답했던 검역원이다.

검역원은 또 프랑스산.독일산 소 혈분은 멸균처리를 조건으로 도입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애시당초 그렇게 해왔다면 이날 부랴부랴 농림부가 멸균조건 등 위생조건 재검토를 검역원에 지시하는 조치는 필요치 않았을 것이다.

검역원은 또 네덜란드산 소 혈분은 97년 3월에 수입금지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쇠고기와 골분만이 수입금지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농림부의 보도자료에는 97년 3월 '소와 그 생산물을 수입금지했다' 고 적혀 있다. 소 혈분이 소의 생산물이 아니라면 무엇인지 모르겠다.

광우병의 실체를 잘 아는 기자로서는 농림부의 주장이 맞기를 바란다. 그러나 사실은 그게 아니니 문제다.

광우병 문제는 그저 덮거나 둘러댄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농림부는 알아야 할 것 같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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