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은빛 세상 삿포로 눈축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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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잘∼지 ·냈 ·나 ·요. 저 ·는∼잘∼지 ·냅 ·니 ·다.’

그러는 동안에 눈물이 목을 감싸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와타나베 히로꼬(渡邊博子)는 울었다. 정말로 어린애처럼 소리를 내서 펑펑 울었다.

후지이 이츠키(藤正樹)가 떨어져 죽은 산을 찾아 히로꼬가 ‘오겐키데스까(お元氣ですか,私は元氣です)’를 외치며 기억 저편에 묻는 영화 ‘러브레터’의 고장 오타루(小樽).

설국(雪國)에 나오는 장면처럼 터널을 빠져나가니 흰눈으로 뒤덮인 마을이 있다.도로의 눈을 양A 건물의 담장 밑으로 밀쳐 형성된 2m 높이의 눈담장이 끝없이 이어진다.

산그늘이 힘빠진 겨울 햇살을 비집고 강을 건너오면 가로등이 하나 둘 어둠을 밝히는 노보리베츠(登別)온천.

리우카니발(브라질) ·옥토버페스트(독일)와 함께 세계 3대 눈축제로 꼽히는 유끼마츠리(雪祭)의 고장 삿포로(禮幌).

일본 홋카이도(北海道)의 긴 겨울을 대표하는 명소다.

삿포로에서는 다음달 6∼12일 유끼마츠리가 열린다.올해로 52회째를 맞는 눈축제는 1주일간 2백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가고 3백억엔(약 3천3백억원)의 관광수입을 올릴 정도로 유명하다.

삿포로 시내의 오오도리(大通)공원,마코마나이(眞駒內),스스키노 등 3곳에서 열리는 눈축제에는 3백개 이상의 크고 작은 눈과 얼음조각이 전시돼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홋카이도의 모든 기관들을 비롯해 각 언론단체 ·민간인 ·육상자위대 등 삿포로의 모든 사람들이 참여하는 행사로 사용되는 눈의 양만 5t 트럭으로 약 7천7백대분이며 수송은 자위대에서 맡는다.

가장 유명한 곳이 오오도리공원.삿포로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다.65m×1백5m 크기의 작은 공원이 1.5㎞에 이어져 있으며 육상자위대에서 제작한 대형 눈건축물과 중소 조각품들이 전시된다.

올해는 이탈리아의 트레비노분수를 비롯해 다이자부 덴만구(太宰府天滿宮) ·스네이크 캐슬 ·비행기의 발달사 ·홍콩의 황대선사원(黃大仙寺院) 등이 선보인다.

이들 작품은 실물 크기의 규모로 밤이면 하늘의 별빛을 배경으로 십만개의 오색등과 앙상블을 이루며 더욱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들 눈은 주변의 얼어붙은 댐이나 호수의 눈을 옮겨오는데 한달전에 눈조각에 맞는 형틀을 제작,눈을 집어넣고 물을 뿌려 눈을 단단하게 다진다.나무형틀을 떼어낸 다음 설계도에 따라 끌과 망치를 이용해 조각을 하게 된다.

이와 함께 자위대의 주둔지가 있는 마코마나이에는 눈미끄럼틀을 마련한 대형 눈건축물을 만들어 어린이들로 항상 붐빈다.

건축물앞에 마련된 넓은 무대에서는 음악회 ·패션쇼 ·프리스타일 스키쇼 ·레이저광선쇼 ·외국인 노래자랑 등 각종 이벤트 행사가 열린다.

이밖에 스스끼노에는 얼음조각전이,오오도리공원에서는 세계 21개국 대표팀이 참가하는 국제눈조각경연대회가 개최된다.

북쪽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과 얀 눈과 얼음으로 뒤덮힌 삿포로의 1,2월은 이처럼 각종 조각물이 화려한 조명으로 장식돼 마치 디즈니랜드의 환상의 세계를 연출한다.

일본 여행센터(02-736-0250)는 축제와 온천을 값싸게 즐기는 유끼마츠리 상품을 마련했다. 다음달 9일까지 3박4일의 일정으로 떠나며 가격은 요일에 따라 59만9천∼99만원으로 다양하다. 왕복항공료 ·호텔 3박 ·조식 3회 ·보험료가 포함돼 있다.

홈페이지(http://www.gojapan.co.kr)를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일본 본토 최북단에 위치한 아오모리(靑森)현에서도 ‘토와다호(十和田湖)의 겨울이야기’라는 주제로 눈축제가 다음달 2일부터 18일까지 개최한다.

너도밤나무·떡갈나무 등 울창한 수림이 둘러쌓은 호수에서 벌어지는 겨울축제는 6천개의 눈으로 만든 등롱(燈籠)이 불을 밝혀 환상적인 모습을 연출한다.그리고 매일 수백발의 폭죽을 터드려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으며 토와다호를 상징하는 소녀상 주위로 조명쇼가 펼쳐진다.

아오모리현을 대표하는 연주가들의 라이브공연이 밤하늘에 울려퍼지고 포장마차처럼 늘어선 가마쿠라(움막집)에서는 ‘전통 닭’을 듬뿍 넣은 냄비요리를 즐길 수 있다.

매주 수 ·금 ·일요일 대한항공 직항편이 오전 9시30분 서울을 출발, 현지에는 오후 12시 10분 도착한다.

위니아 서울사무소(02-3487-3003)에서 정보를 제공한다.

삿포로=김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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