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전' 공연나선 위희경·임현빈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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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성춘향과 이몽룡이 이별의 아픔과 수난을 넘어 감격적으로 만난 것처럼 반세기 동안 갈라져 살아 온 남.북한 동포들의 마음을 하나로 잇는 다리가 되고 싶습니다."

전통음악 부문의 남.북한 합동 공연작인 '창무극 춘향전' 의 두 주인공 위희경(魏喜慶.28.춘향 역).임현빈(林賢彬.26.이도령 역)씨. 이들은 29일 방북 길에 오르면서 "그동안 여러 차례 공연 일정이 잡혔다 연기되는 바람에 공연 자체가 무산될까 봐 가슴을 많이 졸였다" 고 털어놨다.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해온 남북 문화교류사업의 결실이기도 한 이번 창무극은 다음달 1일 평양 봉화극장 무대에 올려진다.

전체 8막 중 ▶춘향과 이도령의 첫 만남▶사랑과 이별▶새 사또의 부임▶춘향 수난의 1~4막은 남측이 공연한다.

이어 장원 급제한 이도령이 남원에 내려 와 탐관오리를 척결하고 춘향과 다시 만나는 장면까지 5~8막은 북한 민속예술단이 공연한다.

우리측에서는 춘향전의 본고장인 전북 남원시 춘향예술단원을 주축으로 30여명이 무대에 오른다. 막 사이마다 안숙선 명창이 해설을 곁들인 판소리로 감칠 맛을 더한다.

당초 이 공연은 지난해 5월로 일정이 잡혔다가 남북정상회담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방문 등으로 해를 넘기게 됐다. 설 다음날인 지난 25일로 공연이 예정됐다가 또 미뤄지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춘향예술단원들은 평양공연을 위해 지난 1년 동안 휴가는 물론 공휴일도 반납한 채 연습에 매달렸다.

3개월 전부터는 무대 위에서 하루 7~8시간씩 구슬땀을 흘렸다. 이 때문에 단원들 대부분이 목이 쉬고 다리가 붓기도 했다.

특히 부모가 이북 출신이라서 이번 공연에 대한 감회가 남다르다는 魏씨는 국립국악원 소속으로 매주 절반은 남원에 내려 와 지내며 공연 준비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도령 역의 林씨는 연습에 열중한 나머지 후두염을 앓아 한달 동안은 소리없이 동작만으로 호흡을 맞추는 고충을 겪었다.

"우리 고전 창무극과 춘향전의 진수를 북한 동포들이 만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남북 문화교류의 한 몫을 담당하겠다는 두 사람의 야무진 각오다.

남원=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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