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안기부돈 현철씨 조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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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안기부 자금 전용에 대한 검찰의 수사 칼날이 문민정부 시절 '파워맨' 이었던 김영삼(金泳三)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賢哲)씨 근처로까지 다가서고 있다.

검찰은 현철씨 최측근이던 박태중(朴泰重)전 ㈜심우대표를 비공개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朴씨를 상대로 현철씨의 개입 여부를 집중 추궁했으나 소득은 별로 없었다는 후문이다.

검찰은 朴씨 소환이 현철씨 연루 여부에 대한 의혹으로 비칠까 극도로 신중한 모습이다.

검찰 관계자는 "朴씨가 강삼재(姜三載)의원과 김기섭(金己燮)전 안기부 차장과 두루 아는 사이어서 이들의 공모혐의를 입증하는 차원에서 불렀다" 고 설명했다.

"선거 직전 이들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을 朴씨가 알고 있었다는 첩보가 있어 불렀을 뿐" 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법조 주변에는 현철씨 연루의혹이 끊임없이 나돌고 있다.

이같은 정황은 이원종(李源宗)전 정무수석과 姜의원 주변인물들에 대한 방증수사에서 포착됐다는 설도 있다.

한 관계 인사는 "현철씨가 사건에 개입했는지 여부는 속단할 수 없지만 현재 수사선상에 올라 있거나 기소된 인물들과 두루 친밀한 관계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 말한다.

검찰은 아직 현철씨 개입 여부에 대한 단서는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검찰은 현철씨 연루의혹을 캐내는 데도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관련 인물들이 결정적 대목에서 함구로 일관,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편 검찰은 이원종 전 수석과 권영해(權寧海)전 안기부장의 기소 여부를 놓고 고민 중이다. 검찰은 이들이 안기부 예산의 유출을 알고 있었다는 물증도 일부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단순히 유출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만으로 처벌이 가능하겠느냐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이들을 특가법 위반(국고손실 등)의 공범으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인지(認知)만이 아닌 사주(使嗾)나 적극적 공모의 증거가 있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 때문이다.

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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