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구청 눈덩이 치우기 골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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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연초부터 잇달아 내린 눈을 치우느라 애를 먹었던 서울시내 구청들이 이번에는 꽁꽁 얼어붙은 눈덩이를 처리하느라 골치를 앓고 있다. 길가에 쌓아둔 눈을 버릴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탄천.양재천 등에 버릴 수도 있지만 눈 속에 섞여 있는 염화칼슘이 환경을 오염시킬까봐 조심스럽다.

고심 끝에 서초구는 구청 창고를 아예 '눈 보관 창고' 로 용도를 바꿨다. 원래 일용직 근로자들의 대기 장소였던 50여평 창고에 일주일 전부터 매일 트럭 3대분의 눈을 쌓아 놓고 있다.

서초구 관계자는 "아무리 궁리해도 뾰족한 방법이 없어 이 방법을 선택했다" 며 "날씨가 풀리면 창고의 눈이 녹지 않겠느냐" 고 말했다.

대로(大路)가 많은 강남구는 제설 차량인 소형 페이로다와 15톤 트럭까지 동원, 매일 트럭 10대 분량의 눈더미를 유휴지와 탄천 빗물펌프장 공터로 옮기고 있다.

또 종로구나 성북구처럼 비좁은 주택가 골목길이 많은 구청들은 리어카와 박스에 눈을 담아 인근 공터에 버린다.

일일이 수작업을 해야하기 때문에 담당 공무원들이 녹초가 될 지경이다. 한창 작업중이던 한 공무원은 "하루에도 몇번씩 비탈길을 오르내리고 나면 파김치가 된다" 고 하소연했다.

이밖에 고지대가 많은 관악구는 청소차 2백여대에 퍼담은 얼음덩이 중 일부를 도림천에 쏟아부어 환경오염 논란을 빚고 있다.

녹색연합 김경화 국장은 "염화 칼슘이 섞인 눈을 하천에 버릴 경우 수질 오염을 일으키게 된다" 며 "눈을 공터에서 녹게 한 뒤 토양에 스며들게 해야 비교적 오염을 줄일 수 있다" 고 지적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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