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잇달아 내린 눈을 치우느라 애를 먹었던 서울시내 구청들이 이번에는 꽁꽁 얼어붙은 눈덩이를 처리하느라 골치를 앓고 있다. 길가에 쌓아둔 눈을 버릴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탄천.양재천 등에 버릴 수도 있지만 눈 속에 섞여 있는 염화칼슘이 환경을 오염시킬까봐 조심스럽다.
고심 끝에 서초구는 구청 창고를 아예 '눈 보관 창고' 로 용도를 바꿨다. 원래 일용직 근로자들의 대기 장소였던 50여평 창고에 일주일 전부터 매일 트럭 3대분의 눈을 쌓아 놓고 있다.
서초구 관계자는 "아무리 궁리해도 뾰족한 방법이 없어 이 방법을 선택했다" 며 "날씨가 풀리면 창고의 눈이 녹지 않겠느냐" 고 말했다.
대로(大路)가 많은 강남구는 제설 차량인 소형 페이로다와 15톤 트럭까지 동원, 매일 트럭 10대 분량의 눈더미를 유휴지와 탄천 빗물펌프장 공터로 옮기고 있다.
또 종로구나 성북구처럼 비좁은 주택가 골목길이 많은 구청들은 리어카와 박스에 눈을 담아 인근 공터에 버린다.
일일이 수작업을 해야하기 때문에 담당 공무원들이 녹초가 될 지경이다. 한창 작업중이던 한 공무원은 "하루에도 몇번씩 비탈길을 오르내리고 나면 파김치가 된다" 고 하소연했다.
이밖에 고지대가 많은 관악구는 청소차 2백여대에 퍼담은 얼음덩이 중 일부를 도림천에 쏟아부어 환경오염 논란을 빚고 있다.
녹색연합 김경화 국장은 "염화 칼슘이 섞인 눈을 하천에 버릴 경우 수질 오염을 일으키게 된다" 며 "눈을 공터에서 녹게 한 뒤 토양에 스며들게 해야 비교적 오염을 줄일 수 있다" 고 지적했다.
박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