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이총재는 비판·YS엔 입조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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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안기부 자금 사건과 관련해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한 일시적 연대일 뿐이다. "

여권 고위 관계자는 김영삼 전 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28일 회동을 이렇게 평가절하했다.

"DJP공조에 대응해 영남지역과 보수층 정서에 호소하는 반DJP 연합의 성격도 있지만 별다른 파장은 없을 것" 이라고 말했다.

이런 판단은 상도동과 한나라당측이 발표한 두 사람의 대화내용이 "예상했던 수준을 넘어서지 않았다" (민주당 金榮煥대변인)고 보기 때문이다.

"야당답게 강력하게 투쟁해야 한다" 는 주문은 YS가 늘 했던 주장이라는 것. 그러나 민주당 고위 당직자는 "국고환수 소송 압박에 대처하기 위해 李총재가 체면을 버리고 YS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 이라며 "상황이 바뀌어 YS의 운신 폭이 커지면 대여 공동투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고 긴장감을 보였다.

그런 탓인지 민주당은 DJP 대 반DJP의 구도가 아닌, '3金+1李' 정국 구도를 유지하기 위해 두 사람을 분리해 대응했다.

박상규(朴尙奎)사무총장은 "회담내용은 실망스럽지만 전직 대통령이 정쟁(政爭)을 불러일으키지는 않을 것" 이라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YS에 대해 예우를 갖추기 위한 발언" 이라고 풀이했다.

반면 김현미(金賢美)부대변인은 "李총재는 상황이 유리할 때면 '3金청산' 을 주장하다가도 고비를 만나면 YS를 찾아가 엎드려왔다" 며 "참으로 딱한 이중플레이" 라고 공격했다. 당 연수원장인 이재정(李在禎)의원은 "한나라당의 총재가 YS로 바뀐 것이냐" 고 비꼬았다.

이에 대해 한 고위 당직자는 "우리는 전선이 YS에게까지 확대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고 말했다.

그러면서 "李총재가 전직 대통령에게 도움을 청할 것이 아니라 강삼재(姜三載)의원을 검찰에 내보내 진실을 밝혀야 한다" 고 주장했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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