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파불로 네루다 '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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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그 나이였다.

시가 나를 찾아왔다.

모른다.

그게 어디서 왔는지 모른다.

겨울에서인지 강에서인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다.

아니다.

그건 목소리가 아니었고

말도 아니었으며 침묵도

아니었다.

어떤 길거리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였다.

- 파불로 네루다 '시'

그래, 그랬어. 스무살 무렵이었지. 나는 날마다 저문 들길에 서서 무엇인가를 기다렸어. 강물이 흐르고, 비가 오고, 눈이 오고, 바람이 불었지. 그랬어. 외로웠다니까. 그러던 그 어느 날 내게 시가 왔어. 저 깊은 산 속에서 누가 날 불렀다니까. 오! 그 환한 목소리, 내 발등을 밝혀주던 그 환한 목소리. 詩였어.

김용택(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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