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광고 패러디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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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한 남자(원빈)가 여자 기숙사 앞에서 "너의 수호천사가 되어줄게" 라고 외친다.

그런데 갑자기 '시끄럽다' 며 기숙사에서 TV가 남자의 머리로 날아든다.

인터넷광고사이트인 이지모아닷컴(http://www.ezmoa.com)이 얼마 전 유행했던 D사의 광고를 코믹하게 애니메이션으로 패러디한 내용이다.

TV용 CF에서는 기숙사에 있는 여자 친구가 감격하고 옆에 있던 두 여학생이 이를 부러워하지만, 패러디 광고는 남자가 TV에 맞아 죽어 정말로 '수호천사' 가 된다는 코믹하고 '엽기' 적인 내용이다.

인기 드라마.CF.영화 등을 애니메이션 등으로 패러디한 동영상 광고가 인터넷에서 유행하고 있다. 유명 광고의 인지도 때문에 광고효과는 크면서도 제작비는 적게 들기 때문이다.

패러디 광고가 인기를 끌자 홈페이지용뿐만 아니라 e-메일용 광고도 속속 제작돼 네티즌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지모아닷컴은 탤런트 전지현씨의 춤으로 유명해진 삼성전자의 프린터 CF를 패러디한 스티커즈(캐릭터 상품 판매회사)광고, 송윤아.유오성이 나온 우체국 광고를 본딴 세븐몰(인터넷 쇼핑몰)광고 등 20여개의 패러디 광고를 선보였다.

이 회사의 이창용 디자인팀장은 "경기침체 등으로 온라인광고 시장이 위축되면서 네티즌의 눈길을 오래 잡아둘 수 있는 패러디 광고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고 말했다.

e-메일카드 전문사이트인 센드투유(http://www.send2u.co.kr)를 운영하고 있는 옥시는 최근 패러디 광고코너를 만들어 맥심.불스원샷.라노스 등 9개의 CF를 본딴 e-메일 광고카드를 선보였다.

TV용 맥심 광고에서는 한석규씨가 부드러운 남자로 나오지만, 패러디 광고에서는 '제비족' 으로 나온다.

인기 드라마 '서울의 달' 에서 한씨가 맡았던 배역을 본딴 것이다.

옥시의 이선명 차장은 "원작에서 볼 수 없었던 기발한 아이디어 때문에 기업은 물론 일부 정당에서도 제작 문의가 오고 있다" 고 말했다.

e-메일 마케팅 전문업체인 에브리존(http://www.everyzone.com)도 영화 '공동경비구역JSA' 에서 남북 병사들이 북한 초소에서 몰래 만나는 장면을 재미있게 꾸민 내나이닷컴(건강전문사이트)광고 등 세 가지를 최근 선보였다.

에브리존의 신동윤 사장은 "패러디 광고는 원본 광고의 인지도가 높아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이는 데다 내용을 반전시켜 재미있게 구성해 인기" 라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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