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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쪽박? … 신주인수권증권 ‘아찔한 유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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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주식을 정해진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인 신주인수권증권이 투자자를 유혹하고 있다. 지난해 발행한 기아차 등 일부 신주인수권증권이 대박을 내면서다. 지난달 처음 신주인수권증권 3개가 상장된 코스닥 시장에도 고수익을 원하는 투자자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자금 조달을 원하는 기업도 유동성 확보를 위해 신주인수권증권 상장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2005년 945억원에서 2008년 0원까지 떨어졌던 거래액은 지난해 9640억원으로 급증했다.


신주인수권증권은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서 회사채를 떼어낸 증권이다. 신주인수권증권을 사면 투자자는 일정한 기간(권리 행사 기간) 안에 일정 가격(행사가격)으로 정해진 수량만큼 신주를 인수할 수 있다. ‘권리’를 사고 판다는 측면에서는 주식옵션이나 주가연계증권(ELW)과 유사하다.

신주인수권증권을 보통주처럼 1주 단위로 거래해 차익을 남기거나, 권리를 행사해 주식으로 바꾼 뒤 수익을 챙길 수도 있다. 대박을 낸 기아차 신주인수권증권의 경우 지난해 4월 상장 시 종가가 2890원이었다. 23일 1만4750원으로 거래를 마쳐 4배 넘게 올랐다. 만약 이날 신주인수권증권을 팔았다면 1만1860원의 이익을 거둔 셈이다. 주식으로 맞바꿔도 이익은 남는다. 상장일에 2890원을 주고 기아차 신주인수권증권을 산 투자자는 행사가격(주식을 살 수 있는 가격)인 6880원을 합한 9770원에 기아차 주식 1주를 인수할 수 있다. 23일 기아차의 주가가 2만1700원을 기록한 만큼 1만1930원의 차익이 생기는 것이다.

신주인수권증권은 현재 주가에 비해 행사 가격이 낮을수록 가치가 커진다.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상승장에서는 더 그렇다. 하지만 옵션과 마찬가지로 주가가 떨어지면 ‘쪽박’을 찰 수 있다. 하루 등락의 제한 폭이 없는 대표적인 ‘고수익 고위험’ 상품이기 때문이다.

신주인수권 행사 만기일까지 주가가 ‘신주인수권증권 가격+행사가격’보다 낮을 때가 문제다. 권리를 행사할 필요가 없는데 이렇게 되면 신주인수권증권 매입에 들인 돈을 모두 날린다. 현재 주가(9만2300원)가 행사가격(9만3100원)을 밑도는 LG이노텍이 대표적인 경우다. 신한금융투자 유지송 WM부 차장은 “신주인수권증권의 경우 시장 상황의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권리 행사기간을 잘 따져야 한다”며 “행사기간이 2년 미만인 것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잠재 매물에 대한 부담도 신주인수권증권에 투자할 때 고려해야 한다. 권리를 행사해 신주를 받은 투자자들이 작은 차익만 내고 주식을 시장에 내다 팔 경우 주가가 떨어져 기존 주주뿐만 아니라 신주인수권증권을 가지고 있는 투자자도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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