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기업 CEO] 진학사 신원근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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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면

“일을 잘 하려면 무엇보다 동기 부여가 필요하죠. 특히 타인과 사회에 기여하고 인정받는 가치가 가장 큰 동기라고 생각해요. 공부에 대해서도 결과 위주로 얘기하지 말고 과정을 인정해주면서 대화해 자녀의 잠재력을 끌어내야 합니다.” 지난 17일 경희궁과 성곡미술관 사이에 자리한 진학사 본사에서 신원근(44·사진) 대표와 함께했다.

-외동딸이 청심국제고에 합격했다고 들었다.

“중3 1학기까지 특목고 갈 성적이 안 됐다. 원하지 않으면 학원도 과외도 안 시켜 해외연수도 간 적이 없다. 그런데 석 달 준비하더니 합격해 자기도 놀라더라. 수험기간은 짧았지만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집중해 이뤄낸 것이다. 다독(多讀)이 저력이 된 것 같다. 어릴 때부터 독서 습관을 기른 아이들은 목표와 동기가 세워지면 숨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딸에게 공부에 대한 동기 부여를 어떻게 했나.

“입학 뒤 동기들보다 영어 실력이 부족할 거라며 잠을 설치는 걸 봤다. 나도 대학 때 우등생 친구들을 보고 열등감을 느꼈었다는 경험을 들려줬다. 다른 친구들도 너와 같은 심정일 거라고 얘기했다. 함께 어울리다 보면 자극이 돼 더 열심히 하지 않겠느냐고 격려했다. 평소에도 ‘공부를 잘 하면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얻은 능력으로 사회에 기여하고 인정받는 기회를 더 많이 가질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게 의미 있지 않겠나’라며 동기 부여를 해왔다.”

-청소년기 자녀에게 세상에 대한 관점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때였다. 딸과 몇 가지 약속을 하고 참여를 허락했다. ‘수많은 논쟁거리 중 네가 공감하는 쇠고기에 대한 내용만 외칠 것’ ‘잘 모르는 정치적 쟁점은 외치지 말 것’ ‘정해진 시각까지 귀가할 것’ 등이었다. 아직 어린 딸이 편향된 일부 어른들의 생각을 자기 생각인 양 여과 없이 받아들여 편협적이고 배타적인 생각을 갖지 않도록 하고 싶었다. 청소년들에게는 어른들이 다양한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 줘 합리적 선택을 하도록 도와야 한다.”

-자녀 교육을 위한 부모 실천방안을 알려달라.

“집에 TV를 없애니 책을 자주 보게 되고 대화도 많아지더라. 아이들의 절제력은 어른들보다 약하다. 그런데 아이에겐 공부하라며 부모들은 TV 앞에 앉아 있으면 공부하기 좋겠나. 부모부터 바뀌어야 아이들도 변한다. 그런데 일부 부모들은 족집게 강사를 찾아다니며 노력을 적게 하고 성과만 올릴 방법을 자녀에게 알려주려 한다. 잘못된 방법이다. 오히려 꼴찌에게도 세상을 살아가는 길이 있음을 알려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 진학사엔 입시컨설팅을 하러 온 학생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 입시에 성공·실패한 학생들의 특징은.

“성공한 학생들에겐 공통된 습관이 있다. 바로 ‘자기주도성’이다. 우등생들은 인터넷이든 학원이든 학습 내용을 자기 것으로 소화하고 주체적으로 공부한다. 상담 자리에서도 자기주도적으로 질문하고 대답한다. 그런데 어떤 학생들은 부모가 대신 상담받고 질문도 하고 진로까지 결정한다. 분명 자신이 대학에 가야 하는데 부모가 모든 걸 끌어간다. 이런 학생들의 경우 실패할 확률이 높다.”

-회사를 운영하면서 가장 고비였던 때는.

“2002년 온라인 원서 접수 서비스 시스템 지연으로 대학 고객과 직원들이 빠져나가면서 회사가 어려워졌었다. 죽을 힘을 다해 고객을 만나 사과하고 재도전했더니 망하지는 않더라. 이젠 온라인 원서 접수 서비스 1인자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일을 함에 있어 주변 환경은 약간의 유·불리로만 작용할 뿐, 성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교훈을 얻었다.”

대담= 주재훈 기자, 정리= 박정식 기자
사진= 최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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