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밖의 정의' 도 처벌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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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대법원이 지난해 16대 총선 당시 낙선운동을 벌인 시민단체 대표들에게 유죄판결을 내린 것은 명분이 어떻든 선거운동은 선거법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판결은 비슷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에 계류 중인 최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등 7명의 총선연대 지도부와 27명의 지역총선연대 대표들의 재판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치게 될 전망이다.

대법원은 26일 낙선운동을 벌인 울산참여연대 관계자들에 대한 상고심에서 "정치개혁의 명분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되나 번화가에서 집회를 개최하는 등의 방법으로 법을 위반한 것은 용납될 수 없다" 고 못박았다.

법원은 낙선운동을 가리켜 "당국의 선거관리 및 지도 권능을 정면에서 무력화하려는 것으로써 위법성도 크다" 고 지적했다.

동기가 순수하다 해도 선거법 테두리를 벗어난 낙선운동을 법적으로 허용할 경우 '선거법과 선거관리 당국' 의 권위를 법원이 부정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판결의 이면에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판결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시민단체를 비롯한 어떤 집단도 선거법을 어기면 안된다는 것을 일깨워준 판결" 이라고 평가했다.

검찰 관계자는 또 "1백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돼도 피선거권이 제한되는 것에 비춰볼 때 3백만원 벌금형은 사실상 중형" 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낙선운동을 제한하고 있는 선거법 자체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논란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근거없다' 며 명확한 판단을 유보했다.

총선연대의 핵심단체였던 참여연대 박원순 사무처장은 "총선연대 지도부에 대한 심리가 진행 중이고 대법원 판례도 뒤바뀔 수 있기 때문에 지켜보겠다" 고 말했다.

최열씨는 "재판부가 지나치게 법을 좁게 해석한 것 같다" 고 말했다.

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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