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에 널린 러시아 핵물질 고물로 팔려던 노숙자들 덜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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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러시아의 노숙자들이 우라늄238이 가득 담긴 컨테이너 두 개를 고물상에 팔려다 잡혔다고 영국의 더 타임스가 20일 인테르팍스 통신을 인용해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중부 러시아 볼가강변을 배회하던 노숙자들이 야적장에서 3개의 스테인리스 컨테이너를 발견했다. 노숙자들은 이를 고물상에 팔려고 가져갔으며, 고물상 주인이 방사능 물질을 담는 컨테이너임을 확인해 당국에 신고했다. 컨테이너 3개 가운데 하나는 우라늄 운반용이었으며, 나머지 두 개에는 군용으로 추정되는 우라늄238이 들어있었다. 러시아 원자력기구 대변인은 "이런 형태의 우라늄은 외견상 납처럼 보이기에 자칫 잘못 처리되기 쉽다. 누군가 이런 실수를 해 야적장에 우라늄을 내버린 듯하다"고 말했다.

우라늄238은 우라늄235와 함께 핵 발전의 연료로 쓰이는 방사능 물질이다.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하면 핵폭탄의 원료인 플루토늄 239를 추출할 수 있다.

또한 재래식 폭탄에 우라늄238을 넣을 경우 넓은 지역에 심각한 방사능 오염을 일으키는 더티밤(Dirty Bomb:더러운 폭탄)이 된다. 더티밤은 제작이 간단한 반면 피해는 막대해 테러리스트들이 사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우려되는 무기다. 이에 따라 미국은 9.11 이후 러시아에 핵 물질을 보다 철저히 관리해 줄 것을 거듭 촉구해 왔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핵 강국인 러시아에는 1만6000t의 사용후 핵연료가 10여곳에 나누어 보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런던=오병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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