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IT강국 핀란드의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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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960년대 유럽의 후진국이었던 핀란드가 90년대에 세계 첨단 정보기술(IT)국가로 부상했다.

그 배경은 무엇일까.

먼저 핀란드는 대학 이상의 고급 두뇌 출신이 전체 학위획득자의 26%로 독일 21%, 일본 19%, 미국 8%에 비해 월등히 높다.

또한 핀란드에서는 중.고교 졸업 후 절반 이상이 직업기술학교로 진학해 이들이 핀란드 사회의 탄탄한 기능인력층을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핀란드는 전체 활동인구의 76%가 공학 마인드를 지닌 셈이다.

둘째로 핀란드는 국내총생산(GDP)의 3%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한다. 스웨덴.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셋째다. 민간기업들도 매년 R&D에 대한 투자를 15~20%씩 확대해 국가 전체 투자액의 63%를 부담한다.

****고졸이상 76%가 이공계

한반도의 1.5배인 핀란드는 인구가 5백만명에 불과하고 자원이라고는 산림자원밖에 없다.

그래서 이 나라는 한정된 인적.물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산.학.관 협동정신이 발달됐다.

즉 이공계 대학을 중심으로 과학도시가 형성됐고, 과학도시에 연관 산업체들의 연구소가 입주해 대학연구소와 공동연구를 한다.

중앙 및 지방정부와 연관 산업체들이 대학연구소를 공동지원한다. 이렇게 해 현재 핀란드의 주요 도시는 통신, 의학, 생명공학, 농.임학 및 기계공학도시 등으로 특화돼 발전하고 있다.

세계 제4위의 특허권 소지국인 핀란드는 현재 전기.전자산업이 전체 산업의 46%, 종이.펄프.산림산업이 30%, 금속.화학산업이 14%로 첨단공업이 전체 산업의 90%를 차지하고 기타 분야는 10%에 불과하다.

핀란드의 대표적 IT산업 노키아(Nokia)사는 구조조정 성공사례로 유명하다. 오늘의 노키아는 원래 노키아라는 마을에 세워진 펄프.제지공장에서 출발했다.

이 회사는 케이블.타이어 분야로 사세를 확장, 2차세계대전과 한국전쟁 당시 각기 특수 붐을 타고 성장했다.

그러나 웨스테르룬드 케이블 사장을 비롯한 전문 경영인들은 남쪽 끝에서 북쪽 끝까지 1천2백㎞나 되는 핀란드 국토를 언제까지 케이블을 깔아 통신망을 구축해야만 하는지에 대해 회의하기 시작했다.

**** '노키아' 구조조정 대성공

그들은 '와이어(wire)' 시대 대신 '와이어 없는(wireless)' 시대가 반드시 올 것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대주주들을 설득해 과감한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즉, 잘 나가던 주력기업인 목재.케이블.타이어를 매각하고 67년 오늘의 노키아를 창설, 디지털 통신기술 개발에 전력했다.

이리하여 노키아는 창업된 지 불과 30년 이내에 이동통신의 대명사로 자리를 굳히고 세계 시장의 35%를 점하고 있다.

현재 노키아는 6만명의 종업원 중 3분의1인 2만명을 R&D에 종사케 하고 있고, 2000년도 순이익만도 36억달러를 예상하고 있다.

이는 전년 대비 58% 성장한 셈이다. 핀란드 국가 전체가 지난해 R&D에 38억달러를 투자한 반면 노키아가 지난 한해 자체 R&D에만 24억달러를 투자했다.

오늘날 핀란드 국민 73%가 핸드폰을 사용하고 있고(유럽연합 평균은 55%), 국민의 25%가 매일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

핀란드에서는 기업총수든 고용사장이든 소위 '판공비' 라든가 '비자금' 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나라에서는 정치권이 기업에 손을 내밀 수도 없고, 기업도 단돈 한푼 정치권에 바칠 수도 없다. 기업은 누구 눈치 볼 것 없이 그저 한 우물만 묵묵히 파고 가면 된다.

이런 것들이 오늘의 핀란드를 IT강국으로 만들었다. 본보기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梁東七(주 핀란드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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