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회원국 입장 '두 줄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1997년 복제양 돌리가 탄생한 이후 인간도 복제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세계를 휘감고 있다. 급기야 유엔 191개 회원국은 배아복제 금지협약 채택 여부를 놓고 21~22일 뜨거운 설전을 벌일 예정이다.

이처럼 인간복제가 국제적인 이슈가 되는 이유는 인간복제실험이 한 나라만 금지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세계가 함께 보조를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이 금지하더라도 영국에 가서 복제를 하면 된다는 의미의 '클로닝 헤이븐(Cloning Haven, 복제 피난처)'이란 말도 만들어졌다.

<그래픽 크게 보기>

2000년 독일과 프랑스가 인간개체복제를 유엔차원에서 금지하자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국제적인 차원에서 인간복제문제가 논의되기 시작했다. 2001년 유엔에서 '인간개체복제금지협약'을 추진키로 결의했다. 그러나 이후 미국이 인간 개체의 복제뿐 아니라 복제에 대한 연구활동(치료복제용 연구)까지 금지해야한다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올해까지 해결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유엔총회 제6위원회(법률담당)가 이 문제를 논의하고 있으나 국가별 의견대립으로 협약의 규율범위 등을 결정짓지 못하고 있다.

논의의 초점은 인간개체복제만 금지하자는 벨기에안과 인간개체복제뿐 아니라 모든 복제 관련 활동을 중지하자는 코스타리카안의 대립이다. 한국.일본.영국.중국.덴마크.핀란드 등은 벨기에안을 지지하고 있으며 미국.이탈리아.필리핀.스페인 등은 코스타리카안을 지지하고 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20일 현재 코스타리카안 지지국은 62개, 벨기에안 지지국은 22개로 집계되고 있지만 변동이 가능한 상태"라며 "멕시코가 양측의 극단적인 대립을 막기 위해 중재에 나섰다"고 말했다.

논의 결과에 따라 투표까지 하게 된다면 코스타리카안이 통과될 수 있다는 것이 외교가의 전망이다. 만약 미국 등이 중심이 되는 코스타리카안이 통과되면 전 세계에서 개체복제금지협약이 발효될 때까지 인간존엄에 반하는 모든 유전공학 활동이 금지된다.

그러나 외교부는 영국.프랑스.중국.일본.스웨덴 등 미국을 제외한 많은 강대국이 벨기에 안을 지지하고 있어 쉽사리 투표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은 서울대 황우석 교수의 세계적인 성과를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키워야한다는 판단으로 벨기에안을 지지하며 벨기에안을 지지하는 국가들이 늘어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황 교수가 직접 나서서 유엔에서 기자회견.강연을 펼친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은 지난해 유엔총회에서 복제연구의 완전금지를 상당히 강력하게 밀어붙였으나 올해는 다소 누그러진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있을 뿐 아니라 최근 크리스토퍼 리브의 사망으로 치료용 복제 허용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생명윤리 전문가인 서울대 법대 박은정 교수는 "지금까지 국제협약의 전례를 봤을 때 복제의 완전금지 협약이 표결로 통과되더라도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협약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며 "준수하지 않을 경우 경제적인 제재 등 제재 형태가 간접적일 뿐 아니라 오랜 시간이 지나야 협약이 발효되는 등 각국이 빠져나갈 여유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심재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