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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빈층' 못벗는 시간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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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올해로 대학 강의 11년째인 시간강사 김모(43)씨. "강사 수입으로는 하나밖에 없는 딸을 키우기도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인문학 분야 박사인 그는 서울과 충북 제천에 있는 두 대학에서 네 과목을 가르친다.

매주 10시간씩 강의해 월 평균 130만원 정도를 받는다. 시간당 강사료는 서울 대학이 3만5000원, 제천이 3만2000원. 김씨는 "교통비 등을 쓰고나면 실제 월수입은 100만원이 안된다. 방학 때는 잡지에 글을 쓰거나 과외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보충한다"고 말했다.

◇시간강사는 극빈층=대구시에 사는 이모(여.33)씨는 세 곳의 대학에서 네 과목씩 매주 9시간을 가르치지만 손에 쥐는 돈은 한 달에 90만원이 안 된다. 이씨는 "시간당 1만9000원을 받는데 지난해 1만7000원보다 오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씨에게는 돈보다 복지 혜택이 절실하다. 그는 "국민연금만 해도 방학 때는 수입이 없다고 신고하고, 개학하면 다시 수입이 생겼다고 하는 등 매년 네 차례씩 꼬박 신고해야 손해를 안 본다"고 말했다. 한국비정규직교수 노조 윤병태 사무처장(43.영남대 강사)은 "대학 수업의 절반 이상을 맡지만 많은 사립대학에서 비정규직 인건비로 책정하는 예산은 정규직의 10분의 1 수준"이라고 했다.

◇열악한 처우 여전=국회 교육위 유기홍.최재성(열린우리당) 의원은 19일 "6만여 시간강사의 현주소는 '40대, 기혼, 시급 2만~3만원'으로 요약된다"고 밝혔다. 두 의원은 전국 238개 대학(4년제대 122개, 전문대 116개)에서 최근 5년간 시간강사의 급여와 복지 혜택 현황 등을 국정감사 자료로 제출받아 분석했다. 전국 대학의 강사료 추이와 복지 혜택 등을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년제 대학의 시간당 강사료 평균은 3만357원으로 2000년의 2만2396원에 비해 8000원가량 올랐다. 전문대학은 훨씬 낮아 2만원 수준이다. 전국의 비정규 교수는 6만569명. 이 중 75%가 결혼했고 40세를 넘은 사람이 39.8%였다. 이들은 대학의 교양강좌 중 절반이 넘는 60.6%를 맡고 있다.

◇멀고 먼 처우 개선=지난해 5월 서울대 강사였던 백모(당시 34세)씨가 생활고와 임용 실패를 비관해 자살했다. 올 6월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시간강사는 그 지위와 교육 활동적 가치를 인정받고 전임교원에 비례하는 합리적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정부에 권고했다. 그러나 실질적인 처우 개선까지는 갈 길이 멀다. 윤병태 사무처장은 "최근 5년간 몇 천원이나마 급여가 오른 것도 비정규교수 노조의 연이은 단식.삭발.파업투쟁의 결과"라고 했다. 유기홍 의원은 "일선 시간강사의 요구를 종합해 보면 신분 보장, 강사료 인상, 4대 보험 적용, 복지시설.혜택 확충 등 네 가지로 모아진다"면서 "학문 후속세대를 양성한다는 차원에서 종합적인 대책을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녕.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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