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 300돌… 다시 떠오른 프로이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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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베를린은 통일 독일제국을 이룬 프로이센왕국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 것인가.

프로이센 건국 3백주년을 맞는 독일인들은 요즘 향수에 젖어 있다. 과거 유럽대륙을 호령하던 프로이센의 상징물들이 하나둘 거리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제작된 다큐멘터리 영화는 독일 제국의 마지막 황제 빌헬름 2세를 영웅으로 묘사했으며 프로이센의 초석을 다진 프리드리히 대왕의 거대한 동상은 복원작업을 거쳐 베를린 중심가인 운터 덴 린덴 거리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베를린에선 18일 에버하르트 디프겐 베를린 시장과 만프레트 슈톨페 브란덴부르크 주총리의 연설을 시작으로 올 한해 동안 각종 전시회와 영화.토론회 등 프로이센에 대한 다양한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베를린시는 신성로마제국 선제후(選諸侯)였던 프리드리히 3세가 1701년 1월 18일 로이센 왕에 오른 후 작은 중세도시였던 이곳을 어떻게 북유럽의 중심지로 변모시켰는지를 재조명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유럽 내에서 프로이센에 대한 평판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특히 폴란드와 같은 인접 국가에서는 프로이센으로부터 침략을 당했던 역사를 떠울리는 사람들이 많을 뿐만 아니라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는 신(新)나치주의자들도 프로이센을 숭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정부는 행사에서 프로이센의 어두운 역사에는 초점을 맞추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프로이센의 역사가 나치의 등장을 부추겼는지에 대한 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포츠담대 율리우스 쇼프스 교수는 "나치는 프로이센의 가치관을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왜곡했다" 며 "자신감은 오만으로, 질서에 대한 사랑은 규칙과 선례에 대한 맹목적 신봉으로, 의무감은 잔인함으로 바뀌었다" 고 평가했다.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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