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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지도자 통치 스타일 따라 입맛도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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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 고추장을 푼 국수(단단 )

▶ 생선찜(칭정구이위)

중국 최고의 요리사 하오바오리(保力.47)가 18일 중국 지도자들의 입맛을 공개했다. 홍콩 마사회 초청으로 홍콩에 온 하오는 중국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20여년 일했으며 총(總)주방장까지 올랐다.

그의 손님은 중국 최고 지도자들은 물론 로널드 레이건 전 미 대통령,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 등 각국 정상만 수백명에 이른다.

중국의 개혁.개방을 지휘한 덩샤오핑(鄧小平)은 매운 음식을 좋아했다. 고추가 맵기로 유명한 쓰촨(四川) 출신으로 파란만장한 정치 역정 속에서 고비마다 화끈하게 결단을 내렸던 성격과 통한다. 덩은 "고추장을 푼 단단몐(擔擔麵)과 솬라우위단탕(酸辣烏魚蛋湯)을 가장 좋아했다"고 하오는 말했다. 하오가 직접 개발한 솬라우위단탕은 투명해 보이나 맛이 시큼하고 입 안을 얼얼하게 만든다고 한다. 생강.고추와 발효시킨 오이 등으로 간을 맞췄기 때문이다.

육류를 즐긴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은 편식하는 편이었다. 그와 연고가 있는 상하이방(上海幇.상하이 지역 출신 그룹)을 중용했던 통치 스타일과 비슷하다. 장은 식탁에 앉으면 소갈비.등심과 함께 돼지 고기 요리인 훙사오러우(紅燒肉)를 가장 먼저 찾았다.

또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는 초어(草魚)를 갈아 만든 작고 투명한 완자 요리인 마나오위단(瑪瑙魚蛋)을 선호했다. 개혁 성향의 그는 댜오위타이 국빈관 주방에서 개발한 새로운 메뉴를 좋아했다. 그는 몇년 전에 고향인 후난(湖南)성을 찾았다가 "다른 지방에선 시대에 맞게 전통 요리를 발전시키는데 후난 요리는 뒷걸음질하고 있다"고 현지 관료들을 혼내기도 했다.

제4세대 지도자인 후진타오(胡錦濤)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총리는 기름기 있는 음식을 싫어한다. 청렴과 부패 척결을 내세우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을 낳고 있다. 하오는 "과거 지도자들이 육류를 좋아한 반면 새 지도자들은 생선.채소를 주로 찾는다"고 말했다.

후 주석은 안후이(安徽)성 출신답게 칭정구이위(淸蒸桂魚)와 같은 맑은 물에 쪄낸 생선류를 내놓으면 흡족해 한다. 그래서 탕에도 양념을 적게 넣는다는 후문이다. 그런가 하면 원 총리는 '일 벌레'라는 별명답게 손님을 따로 초청해 연회를 여는 일이 거의 없다. 그의 원만한 성품은 특별히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음식이 없다는 데서 잘 드러난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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