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장토론의 역사는 몽골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국 문화에 관대했던 몽골 제국의 수도 카라코룸에선 종교 토론회가 자주 열렸다. 불교도·이슬람교도·기독교도가 함께 참여하는 토론회에서는 자유로운 발언이 보장됐다. 금기는 단 한 가지. “말다툼을 일으킬 말은 하지 않는다”는 것뿐이었다. 1라운드 토론이 끝나면 2라운드를 준비하며 술을 마셨다. 라운드가 거듭돼도 상대를 설득하거나 개종시킬 순 없었다. 하지만 참가자들이 더 이상 토론할 수 없을 정도로 취할 때까지 토론회는 계속됐다.
18세기 조선이건 13세기 몽골이건 끝장토론에서 말 그대로 끝장을 보지는 못했다. 그래도 갈등이 심한 이슈를 놓고 다른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려 애쓴 것 자체의 의미를 무시할 수 없다. 25일(현지시간)로 예정된 미국 건강보험 개혁 관련 끝장토론도 마찬가지다. TV로 생중계하는 가운데 양당 의원들이 백악관에 모여 한나절 동안 상대 입장을 충분히 들어보자는 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제안이다. 정치쇼에 불과할 뿐 합의점을 찾기 힘들 것이란 회의론이 고개를 든다. 그러나 미국을 양분할 만큼 견해차가 큰 문제이니 나중에 “할 만큼 했다”며 개혁을 밀어붙이자면 그런 쇼라도 필요하단 지적이 많다. 흡사 나란히 달리는 기찻길처럼 거리가 좁혀지지 않던 세종시 문제를 놓고 첫 의총을 연 우리 여당 의원들도 염두에 둬야 할 대목 아닐까.
신예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