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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좋은 것 … 노인 치매 예방용 개발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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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면

‘2009 대한민국 게임인 대상’산업진흥부분에서 장려상을 탄 호서대 김경식 게임공학과 교수. 그는 치매 예방 등 노인용 기능성 게임을 연구하고 있다. [조영회 기자]

칠순을 훌쩍 넘었지만 마음은 여전히 청춘인 노인들. 하지만 나이가 들면 몸의 기능이 약해지고 기억력도 떨어진다. 노인정이나 마을회관에서 가끔 두는 장기와 바둑, 윷놀이가 유일한 낙인 이들에게 새로운 놀이가 제시됐다. ‘기능성 게임’이다. 호서대학교 김경식(50·게임공학과) 교수가 노인용 기능성게임 연구실적을 인정받아 이달 초 ‘2009 대한민국 게임인 대상’ 산업진흥부문 장려상을 수상했다. 그는 미래 게임 산업계의 지표로 ‘기능성 게임’을 제시했다. 1997년 전국 최초로 게임공학과를 개설하고 기능성게임을 연구 중인 김 교수를 만났다.

Q 수상 소감은.

“영광이다. 이 상은 게임산업계에서 공로를 인정해주는 큰 상이라고 들었다. 우리나라 게임산업의 진흥을 위해 드러나지 않게 수고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내가 먼저 상을 받게 됐다. 감사하고 한편으론 송구스럽다.”

Q 국내 대학 최초로 게임공학과를 개설했다.

“1997년 당시엔 최초였지만 이후 게임관련학과가 많이 생겼다. 그만큼 게임산업이 발전하고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생각한다. 개설 당시엔 학과를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이젠 웬만큼 자리 잡은 것 같다. 게임공학과라고 하면 매일 게임만 하면서 노는 줄 아는 사람들이 있지만 전혀 아니다. 우리 과는 3년 동안 세부전공(기획·그래픽·프로그래밍)을 배운다. 4학년 땐 각 세부전공별로 3명이 한 팀이 돼 졸업게임을 만든다. 학생들은 방학도 반납하고 게임 제작에 몰두할 만큼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Q 기능성 게임이 뭔가.

“기능성 게임은 일명 목적이 있는 게임, 즉 재미 외 효과를 노리는 게임이다. 누구나 나이가 든다. 나도 마찬가지다. 노인들이 건강을 유지하면서 즐거움도 만끽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 호서대 노인복지학과, 간호학과, 전자공학과 교수들과 협력해 연구를 진행 중이다. 노인뿐만 아니라 학생과 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게임도 있다. 앞으론 그저 놀이로 끝나는 것이 아닌 교육 효과까지 있는 게임들이 속속 등장할 것이다.”

Q 기능성게임의 예를 든다면.

“가장 유명한 예라면 ‘닌텐도 wii’가 있다. 직접 몸을 움직이는 게임이기 때문에 운동효과가 있다. 걷거나 서있는 게 힘든 노인들에겐 ‘닌텐도 wii’ 게임 중 앉아서 하는 게임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지난해 아이들에게 선풍적 인기를 끈 ‘마법천자문 DS’도 기능성 게임으로 유명하다. 게임 안에서 적들과 싸우면서 한자를 배울 수 있다. 한자실력으로 친구들과 실력도 겨룬다. 내가 지금 연구하고 있는 건 노인들을 위한 ‘치매 예방 게임’이다. 세계적으로 수요가 크기 때문에 잘만 개발하면 수출도 하고 인류복지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Q 게임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많은 학부모들은 게임이 공부를 방해한다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사실 요즘 학생들 보면 처절하다.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학교나 학원에서 대입 공부에만 꽉 잡혀 있다. 그러니까 자야 하는 밤중에 모니터를 켜는 것이다. 학생들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해해 줘야 한다. 학생들은 게임을 하면서 기분 전환이 되고 자연스럽게 컴퓨터 활용기술을 익힌다. 온라인에서 친구도 사귄다. 다만 절제가 힘든 나이이기 때문에 게임 시간을 제어해 주는 것은 부모의 몫이다. 하루 2시간 이상은 금하도록 하는 게 좋다. 나 같은 경우 아들이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하되 주말에만 하도록 한다.”

Q 당부하고 싶은 말은.

“게임이 폭력적이라고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이기주의·향락주의가 사람을 난폭하게 하는 것이지, 게임 때문은 아니라 말하고 싶다. 오히려 게임은 TV와 달리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미디어다. 게임을 통해 주체성과 적극성을 키울 수 있다. 사람들이 이를 알아주고 게임인재를 키울 수 있도록 도왔으면 한다. 게임에 재능이 있는 아이들은 혼내지 말고 북돋워 줄 필요가 있다. 게임이라면 무조건 나쁘다는 생각을 버리고 미래 한국 사회 성장동력의 하나로 인정해주길 바란다.”

글=고은이 인턴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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