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안기부돈 물타기 회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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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 대변인실의 복사기는 16일 불이 날 정도였다.

대변인단이 총동원돼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회견을 반박하느라 올 들어 하루 최다인 9건의 성명.논평을 쏟아냈다.

김영환(金榮煥)대변인은 "안기부 예산 횡령사건을 물타기한 것" 이라고 李총재 회견을 평가절하했다.

오후에는 긴급 고위당직자회의 및 시.도지부장 연석회의가 열려 반박논리 전파에 전력하는 모습이었다.

李총재의 '특검제 도입' 주장이 주 타깃이었다. 김중권(金重權)대표 주재의 당4역회의는 "지금 검찰이 의지를 갖고 수사 중이다. 특검제는 수사 초점을 흐리려는 것" 이라고 단정했다.

박상천(朴相千)최고위원은 "수백명의 계좌추적은 특별검사의 단기간 수사로는 불가능하며 결국은 현 검찰 전문가가 다시 동원될 수밖에 없다" 고 주장했다.

이협(李協)총재비서실장은 "강삼재(姜三載)의원이 검찰수사에 응한 뒤 잘못됐다면 특검제를 요구하는 게 수순" 이라고 지적했다.

李총재의 과거 '특검제 입장' 까지도 들춰졌다.

김현미(金賢美)부대변인은 "1997년 5월 YS 대선자금이 쟁점화됐을 때 李총재는 '특검제라는 옥상옥(屋上屋)을 만들면 기존 정부기구만 위축시킬 뿐' 이라고 반대했었다" 고 주장했다.

金대표는 오후 연석회의에서 "자금을 불법조성한 신한국당(현 한나라당)이 범죄의 주체" 라며 "전부 국고로 환수해야 한다" 고 톤을 높였다

金대변인은 특히 "李총재가 서릿발 같은 감사원장과 대쪽 총리를 자처할 때 천문학적인 돈 빼돌리기와 돈세탁이 이뤄졌다" 며 '감독책임론' 을 끄집어냈다.

'특검제에 맡기고 경제 살리기에 전념하자' 는 李총재의 주장에 대해선 "겨우 살아난 증권시장에 장외투쟁으로 찬물을 끼얹은 쪽은 어디냐" (金대변인)고 반문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언론개혁' 을 '언론탄압의 신호탄' 으로 해석한 李총재 발언에는 "대권공작 문건을 통해 비우호적 언론인을 분류한 곳은 한나라당" 이라고 응수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강삼재 의원의 검찰 출두와 안기부 돈 사용에 대한 한나라당의 사과, 장외투쟁 중단 및 조속한 국회 등원문제를 역으로 제안했다.

안기부 자금 총선지원 문제는 "물러설 수 없다" 는 기류였고 여기엔 '강한 여당' '법치와 원칙' 이라는 DJ의 정국운영 기조가 담겨 있다는 설명이다.

최훈 기자

사진=주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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