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탄 단편영화 흥행 예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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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인터넷에 단편영화가 활짝 꽃을 피우고 있다.

디지털 카메라의 기동성과 저렴한 제작비, 인터넷의 확산에 힘입어 단편영화가 붐을 예고하고 있다.

더 나아가 온라인이란 제한된 공간을 넘어 오프라인(극장)개봉을 추진하는 등 새로운 수익모델 찾기에 분주하다.

대표적인 영화가 유승완 감독의 '다찌마와 리' 다.

지난해 12월 12일 온라인(http://www.cine4m.com) 이하 www 생략에서 선보인 이후 지금까지 52여만회의 조회를 기록했다. 1960~70년대식의 '유치한' 무협영화 구도를 현란한 액션에 담아 네티즌의 호응이 크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로 연출력을 인정 받은 유감독의 명성 때문일까. 과장된 액션, 신파조 대사 등 장년들에겐 별로 새로울 게 없어 보이나 이런 영화들을 별로 접하지 못했던 젊은이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같은 사이트에 올라 있는 김지운 감독의 '커밍 아웃' 이나 장진 감독의 '극단적 하루' 도 각각 58만, 42만회의 조회를 기록 중이다.

이미 필름영화에서 실력이 검증된 이들 감독이 흥행의 압박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인터넷의 장점을 살려 나름의 실험성을 가미한 작품들이다.

뿐만 아니다. 대학생.고교생 등 아마추어 작가들의 인터넷 단편영화 제작도 활발하다.

현재 시네포엠측에서 제작비를 지원한 작품은 2백여편. 지난해 8월 사이트를 연 시네포엠은 이 가운데 매달 5~6편을 인터넷에 올리고 있다.

고교생 황정욱군이 만든 '카오스' 는 지난해 9월 국제청소년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네티즌의 선택에 따라 줄거리가 바뀌는 영화를 상영하는

네오타이밍(http://www.neotiming.com)을 비롯,

신인 감독들의 등용문 역할을 하는 5cut(http://www.5cut.com),

인츠닷컴(http://www.intz.com),

ICBN(http://www.icbn.net),

키네코(http://www.kineco.com),

그리고 독립영화 전문사이트인 인디TV(http://inditv.hitel.net)등 다양한 형태의 인터넷 영화 사이트가 개설돼 있다.

이들 영화는 자본과 인력이 많이 들어가는 일반 극영화와 달리 저예산.소규모로 제작되기 때문에 감독 각자의 개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일반 상업영화가 시도하기 어려운 실험적 연출로 영화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영화 관객의 저변확대에도 기여하고 있다.

또한 일반 영화의 판권을 사서 온라인으로 다시 보여주는 많은 인터넷 극장과 달리 적은 규모나마 직접 영화를 제작해 상영한다는 점에서 우리 영화의 토대를 다지는 데 일조하고 있다.

문제는 수익성이다. 하지만 시네포엠의 이성원 마케팅 팀장은 앞날을 낙관한다.

그는 "이미 몇 편의 작품을 통해 흥행 가능성을 확인했다" 며 "올해는 본격적인 수익모델을 찾아나설 것" 이라고 말했다.

이팀장은 "현재 인터넷 영화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비좁은 화면, 불완전한 접속 등 기술적인 문제가 하반기엔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며 "인터넷 영화 유료화, 온라인 배급망 확충, 비디오.DVD 판권, 디지털 전용관 개봉 등을 통해 제작여건을 계속 개선할 것" 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미국에선 인터넷 단편영화의 약진이 주목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지난 14일자에서 "인터넷 영화의 저력은 일반 독립영화제에 비교할 수 없다" 며 "지난 몇년간 주춤했던 단편영화가 인터넷과 결합하면서 되살아나고 있다" 고 보도했다.

단지 온라인에서 선보이는 차원을 뛰어넘어 비디오.DVD제작, 케이블 방송 판매, 극장개봉 등 그 영역을 급속하게 늘려가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할리우드의 대작영화에선 찾기 힘든 참신한 소재와 독특한 구성으로 열성팬을 확보하는 등 영화산업 전반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례로 '스타워즈' 와 '셰익스피어 인 러브' 를 패러디한 '조지 루카스 인 러브' 의 경우 비디오로 4만5천개 가량 팔리는 등 인터넷 단편영화의 상업적 성공이 속속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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