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자녀 보금자리 '…여성들의 모임' 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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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티끌같은 정성을 모아 태산같은 사랑을 만드는 주부들.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녹색 삶을 위한 여성들의 모임' 이다.

사랑을 일구는 터전은 30평짜리 녹색가게(사무실.주민도서실 포함)와 18평짜리 열린 숙제방. 숙제방은 집안 사정 때문에 끼니를 잇지 못하는 동네의 저소득 가정 어린이 22명의 보금자리다.

평소에는 방과후 찾아와 점심도 먹고 과외지도도 받는다. 방학이 되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주부와 아이들은 서로 함께 나누는 정(情)을 배운다.

모임이 발족한 것은 1995년4월. 동네 주부 24명이 모여 여성을 위한 교육시설이 없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그래서 이웃으로부터 4층 건물 맨꼭대기 2평짜리 자투리 공간을 무료로 얻었다. 처음에는 회원들이 서로 영어.일어를 가르치고 친목을 도모하는 공간으로 이용했다. 주부들이 모이다 보니 화제는 자연히 '아이들 문제' 였다.

자녀에 관한 이야기는 한겨울에도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다니는 이웃 어린이들로 옮아갔다.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하다 저소득층 자녀들을 위해 방과후 어린이방을 만들자고 결의했다.

회원마다 5만원에서 2백만원까지 쌈짓돈을 내놓았다. 운영비를 마련하기 위해 녹색가게를 열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마침내 99년8월 모임 사무실과 녹색가게.어린이방을 위해 30평의 사무실을 냈다.

어린이방의 넓이는 8평. 그래서 초등학교 1~3학년생만 받기로 했다. 아이를 돌봐달라며 찾아오는 부모들이 줄을 이었다. 너무 비좁아 4학년이 된 어린이들은 섭섭하지만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

사정이 딱한 어린이들을 내보내야 하는 현실은 견디기 힘들었다. 또 다시 '십시일반' 이 시작됐다.

초등학생들의 공부를 돕던 중.고생 20명이 한 기업에서 주최한 자원봉사대회에서 탄 상금 1백만원을 내놓았다.

녹색가게 수입금 1백만원이 보태졌다. 청소년들과 어린이들의 부모, 그리고 주부 회원들이 함께 일일찻집을 열었다.

이렇게 해서 8백만원을 모아 지난해 2월 이웃 건물에 18평짜리 어린이방을 만들어냈다. 어린이들은 이제 4학년이 돼도 머물 수 있다.

창립된지 6년, 매월 3천~1만원의 회비를 내는 회원들이 2백여명으로 늘었다. 방과후 숙제방의 어린이들은 9명에서 21명으로 불었다.

모임 회원인 김미선(金美善.43)씨는 "도움이 필요한 어린이들이 너무나 많다" 며 "이 아이들이 있는 곳에 이런 공부방을 또 하나 만들고 싶다" 고 말했다. 02-903-6604.

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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