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된 미국 민주당 '깐깐한 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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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 민주당의 첫번째 대리전이 16일 오후(현지시간) 벌어졌다.

부시가 법무장관으로 지명한 존 애슈크로프트 전 미주리주 상원의원에 대한 상원의 인준청문회가 민주당 의원들의 날카로운 공격 속에서 시작된 것이다.

민주당은 애슈크로프트가 6년 동안 상원의원으로 활동하면서 낙태권과 총기규제를 옹호하는 법안들에 반대하는 극도의 보수주의를 보여 왔다며 그의 인준을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측은 "법무장관은 법집행의 최고 책임자인데 입법에 반대한 사람이 어떻게 법을 제대로 집행하겠는가" 라고 물고 늘어졌다.

애슈크로프트는 "장관이 되면 내가 반대했던 법을 포함해 나라의 모든 법을 철저히 집행하겠다" 고 공약했다. 청문회는 사흘 동안 열릴 예정이다.

민주당의 공격이 거세긴 하지만 애슈크로프트는 상원의 인준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청문회를 개최한 상원 법사위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아홉명씩으로 동수다.

만약 위원회의 인준표결이 9대9가 되면 안건은 전체회의로 넘어간다.

상원은 공화 대 민주가 50대50이지만 오는 20일 딕 체니가 부통령에 취임하면 자동적으로 상원의장이 돼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게 된다.

민주당은 결국 인준이 되더라도 이번 청문회가 부시 당선자와의 첫 기세 싸움이므로 최대한 공세를 퍼붓는다는 전략이다.

민주당은 부시 당선자에게 "앞으로 애슈크로프트 같은 보수적 인물을 지명하면 항상 엄청난 반대에 부닥칠 것" 이라는 메시지를 주겠다는 계산인 것이다.

또 청문회를 통해 애슈크로프트로부터 확실한 발언을 들어놓으면 나중에 그가 장관이 되더라도 그의 보수적인 행동을 제약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청문회는 미국 진보.보수 세력의 한바탕 대결장의 의미도 있다. 2백개가 넘는 진보적 시민.이익단체가 인준을 반대하는 연합체를 결성했다. 수는 적지만 보수파 쪽에서도 수십개 단체가 지지운동을 하고 있다.

18일에는 로니 화이트 미주리주 대법원판사가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다.

애슈크로프트는 상원의원 시절 흑인인 화이트 판사의 연방지법판사 인준을 반대하는 상원의 움직임을 주도했다. 비판자들은 이를 들어 그가 인종차별적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지지자들은 "그가 흑인판사 26명 중 23명의 인준에 찬성했다" 며 반박한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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