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왕위전 거센 '新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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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서봉수대 박정상. 19일 한국기원에서 시작되는 왕위전 본선 개막전의 얼굴이다. 관례에 따라 지난해 왕위전 랭킹1위와 맨 끝의 8위가 대결하는 것이다.

서봉수9단에게 박정상이란 기사를 아느냐고 물었더니 "이름은 들어본 것 같은데…" 한다.

박정상초단은 지난해 프로가 됐고 새해 들어 17살이 된 새내기. 서9단은 대국은 고사하고 얘기를 나눠본 적도 없다.

박초단은 그러나 예선 결승전에서 국수 타이틀 보유자 루이나이웨이(芮乃偉)9단을 격파하고 본선에 올랐다.

슬럼프에 빠진 루이9단이 어이없이 역전당한 것이지만 신인들이란 다 이런 행운을 통해 성장하는 법이다.

2001년 왕위전 본선엔 박정상초단 말고도 이세돌3단(18)최철한3단(16)안영길3단(19) 이희성3단(21)등 무섭고 싱싱한 젊은이가 5명이나 올라있다. 왕위전 35년 역사에서 처음 보는 현상이다.

조훈현9단 서봉수9단 양재호9단등 기존의 강자 3명이 이들과 합류하여 총 8명이 리그전을 벌이게 되는데 아무래도 신인들의 기세가 좀더 강해 보인다.

지난해엔 이세돌3단이 6연승을 달려 도전권이 거의 굳어졌었는데 5승1패의 서봉수9단이 이3단을 두번 연속 격파하여 막판 대역전극을 펼쳤다.

그바람에 도전기 첫판이 열리는 춘천시에선 '이창호9단대 이세돌3단' 이라 쓰인 플래카드를 황급히 교체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올해는 누가 도전권에 가장 근접해 있을까. 지난해 MVP인 이세돌일까. 프로들은 일단 이세돌과 조훈현.서봉수9단을 꼽는다.

그러나 최대의 복병으로는 주저없이 최철한3단을 지목한다. 최3단은 지난 연말 국가대항전인 농심배에서 한국의 1번타자로 나가 중국과 일본의 강자들 3명을 연파한 일이 있다.

그 3명중에는 일본의 본인방(本因坊)왕밍완(王銘琬)9단도 있다.

현재 왕위는 이창호9단이 5연패중이다. 35년 전통속에서 가장 권위있는 기전으로 성장한 왕위전은 중앙일보사가 주최하고 삼성전자가 후원하고 있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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