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구 소설어 사전' 나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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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충청도 지방의 낯선 토박이말과 감칠 맛 나는 농설(弄舌).상말, 소설가 이문구(60.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작품의 백미인 이 순우리말을 사전형식으로 종합 정리한 책이 나왔다.

이문구씨의 소설에 나오는 사투리.속담 등은 작품 전체의 맥락 속에서 각별한 맛을 주고 있지만 일반 독자들이 정확하게 그 뜻을 이해하기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신간『이문구 소설어 사전』(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은 작품과 동떨어져서도 사투리의 참맛과 뜻을 찾기에 충분한 책이며, 편저자 민충환 교수(부천대)의 5년간의 신고(辛苦)가 녹아있는 노작(勞作)이다.

이문구씨에 따르면 그가 소설에 쓴 사투리는 그의 고향인 충남 보령과 부근의 홍성.서산.당진.부여 등 충남 내포지방에서 널리 쓰이는 말들이다. 속담과 상말은 상당수가 창작과정에서 곁말을 토대로 가다듬은 말이다.

예컨대 이문구씨가 즐겨 쓰는 '개갈 안 나다' 는 말은 '말이 맺고 끊는 맛이 없다' 는 뜻의 사투리고, '가물치 콧구멍' 은 '사람이 한 번 간 뒤에는 통 소식이 없다' 는 뜻으로 빗대어 말하는 곁말이며, '경복궁 메방아 공사' 란 '남녀간의 정사' 를 뜻하는 비속어다.

김유정.채만식 등의 어휘사전이 출간 된 바 있으나, 이 책은 현역 작가의 작품어휘를 최초로 정리해 냈다는 점에서 문학사적 의의도 갖는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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